“트럼프가 승리” 맹신…폭탄 제조한 지지자 체포

안보당국, 음모론 빠진 극단주의 ‘자국 테러’ 주의보

연방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잘못된 믿음에 빠져 파이프 폭탄을 제조한 혐의로 남성 1명을 구속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 보도했다.

이달 초 체포된 이 피의자는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이안 벤저민 로저스라는 44세 남성으로, FBI는 그의 주거지와 사업장에서 파이프 폭탄 5개와 총 49정을 압수했다.

WP는 이 남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민주당 인사들과 관련 시설을 겨냥해 ‘전쟁’을 기도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재미로 이 폭발물을 제조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서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자신의 믿음을 내보이려고 민주당을 공격하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의 혐의를 입증하는 이 문제 메시지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아무 일도 없다면 나는 전쟁을 벌이겠다”, “우리는 트위터나 당신이 지목하는 민주당 사람들을 공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 민주당 소속인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사무실을 최우선 표적으로 염두에 둔다는 문자 메시지도 보냈다.

FBI는 그가 인터넷으로 ‘미 특수부대의 비정규전 가이드’, ‘미군 게릴라전 핸드북’을 검색한 흔적도 복원했고 그의 차에서 극우파 민병대를 자처하는 ‘스리 퍼센터스’의 스티커도 발견했다.

스리 퍼센터스는 6일 의사당 난동 사태에도 일부 회원이 가담했다.

앞서 뉴욕시 검찰청은 26일 민주당 하원의원 하킴 제프리스의 형제에게 “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무장하고 있다. 제프리스의 집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라고 협박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35세 남성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27일 국가테러리즘 주의 시스템(NTAS)에 올린 공지문에서 이념적 음모론에 경도된 극단주의자의 국내적 요인에 따른 테러 위협이 커졌다며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DHS는 “신임 대통령 취임 이후 수 주 동안 미국 전역에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높아졌다”라며 “첩보에 따르면 일부 폭력적 극단주의자가 정부의 권한 행사와 정권 교체를 반대하고 허위 정보로 불만을 품어 폭력을 계속 도모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한 해 코로나19에 대한 음모론과 허위정보에 경도된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이 전기, 통신, 보건 등 기간시설을 겨냥한 폭력 위협이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한 해 국내에서 자생한 폭력적 극단주의자는 방역 조처, 대선 결과, 공권력 행사 등 여러 사안이 동기가 돼 종종 정부 시설을 겨냥해 공격을 벌였다”라며 “올해도 이런 동인에 의한 폭력이 계속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DHS는 이들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이 이달 6일 의사당 난동 사태 이후 더욱 대담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주의보에 대해 DHS가 자국인에 의한 테러 위협을 지목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해설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와 같은 외부 세력과 연계된 테러 위협에 초점을 맞춘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와는 다른 접근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자국민에 의한 테러 위협을 경고하기로 한 DHS의 결정은 전임 행정부와 다른 방향을 향하는 중심축이다”라며 “트럼프 정부 시절 백악관의 일부 관리는 ‘국내 테러’라는 문구조차 사용해선 안 된다고 압박하려 했다”라고 전했다.

6일 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AFP=연합뉴스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