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회복 환자, 항체 사라져도 면역 유지”

“감염 8개월 뒤 B세포 극미량 감소…T세포는 오히려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된 환자에게서 항체가 사라지더라도 면역력은 수년간 유지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라호야 면역학연구소 소속 셰인 크로티 교수 연구팀의 초기 연구결과를 인용,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된 지 8개월 지난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이 여전히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데 충분한 면역세포를 갖고 있었다”며 “면역세포 감소 속도가 느리다는 건 이 세포가 매우 오랫동안 체내에 남아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크로티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된 19~81세 남녀 185명에게서 채취한 혈액에서 항체와 B세포 및 T세포 수치 변화를 확인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항체의 경우 감염 후 6~8개월 뒤부터 완만하게 줄어들었지만 B세포는 극미량만 감소했고, T세포는 오히려 늘었다”고 부연했다. B세포는 필요시 항체를 생성하고, T세포는 병원체에 감염된 세포(항원)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엔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환자들의 체내에서 항체가 만들어지더라도 수개월이 지나면 그 수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면역력 또한 사라진다는 관측이 일반적이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되더라도 지속적인 면역력 확보를 위해선 거의 매년 접종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그러나 NYT는 “항체는 면역체계의 일부로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치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는 게 면역학자 다수의 견해”라며 “바이러스 재감염을 막는 데 항체가 필요하긴 하지만, 해당 바이러스를 ‘기억’하는 면역세포 또한 심각한 질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크로티 교수와 함께 관련 연구를 진행한 알레산드로 세테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감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살균면역(sterilizing immunity)은 일반적인 게 아니다”며 “사람이 특정 병원체에 두 번째로 감염되면 면역체계가 이전보다 빨리 작동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증식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재감염시엔) 증상이나 전염성이 없을 정도로 빨리 퇴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대 매리언 페퍼 교수도 지난주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된 사람들은 항체가 검출되지 않는 경우에도 강력한 ‘킬러’ 면역세포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와사키 아키코 예일대 교수는 이 같은 연구결과들에 대해 “면역 기억세포(B세포와 T세포)는 체내에서 대개 수년간에 걸쳐 천천히 사라진다”며 “적은 수의 항체와 T세포 및 B세포만으로도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된 사람들을 (재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충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각국에선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일부 환자들의 재감염 사례 또한 보고되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캐나다 토론토대의 제니퍼 고머만 교수는 “회복 후 면역력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 사례는 노출된 바이러스의 양 차이 때문일 수 있다”며 “백신이 나오면 이런 개인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환자의 혈액 샘플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