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천만] ①재확산 공포…통제엔 ‘한계’

새 진원지 중남미·남아시아…동아시아·유럽은 불안한 안정

WHO, 중국편향 논란…일부 지도자 위험 과소평가로 악화

코로나19의 발생에서부터 현재 진행 상황, 부적절한 대처, 앞으로 불러올 변화 등을 시리즈로 긴급 진단합니다./편집자주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시아와 유럽을 거쳐 미주 등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 1천만 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전 세계 보건정책을 관장해야 할 WHO의 리더십 부재에다 일부 국가 지도자의 코로나19에 대한 과소평가로 이 같은 확산세는 가속하는 분위기다.

세계 각국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실제 접종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코로나19로 폐쇄된 베이징 시장 앞 보안요원 [AFP=연합뉴스]
◇ 꺾이지 않는 기세…새로운 진원지 중남미·남아시아

중국에서 코로나19 발병이 지난해말 처음 보고되고 벌써 반년이 됐지만,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오히려 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남미를 중심으로 한 미주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중남미에서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지만, 아직 정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남아시아와 중동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인도의 누적 확진자는 49만명으로 미국과 브라질, 러시아에 이어 4번째로 많다.

이란(21만명)과 파키스탄(19만명), 터키(19만명), 사우디아라비아(17만명), 방글라데시(13만명)도 1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자가격리중인 대형도축장 직원과 얘기하는 보건당국 관계자 [AP=연합뉴스]
◇ 동아시아·유럽은 불안한 안정…2차 유행 우려도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유럽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택하면서 일단 확산세를 진정시켰다.

발원지인 중국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안정화했고,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는 하루 수천 명씩 보고됐던 신규 확진자가 수백 명으로 줄었다.

이에 각국은 약 두 달간의 봉쇄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며 경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특별 예외 입국 방식인 ‘기업인 패스트트랙’ 확대로 교역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럽은 이달 중순 역내 여행 제한 조치를 대부분 해제했으며, 다음 달에는 역외 국가에 대해서도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거리 두기를 완화하고 국경을 열면서 또다시 확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시에서는 50여일간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다가 신파디(新發地) 시장에서 확진자가 새로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이태원 클럽을 시작으로 산발적으로 집단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유럽의 방역 모범국으로 불리는 독일에서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귀터슬로의 대형 도축장에서 직원 1천500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1차 유행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2차 유행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반구의 경우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하는 9∼10월께 2차 유행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에 일부 국가에서는 봉쇄 조치를 다시 시행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확산→봉쇄→완화→재확산→봉쇄’라는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뉴욕 증시는 재확산 우려와 이에 따른 경제 회복 속도에 대한 우려로 폭락과 반등을 반복하고 있으며, 국제 유가도 불안한 모습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결국 아시아의 코로나19 확산이 중국을 시작으로 돌고 돌아 아시아 곳곳에서 터지면서 잔존하고 있다”면서 “강력한 통제를 하면 잠잠해지는 듯하다가 조치를 완화하면 다시 발생하는 경향이 반복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EPA=연합뉴스]
◇ WHO의 중국 편향 논란…일부 지도자의 위험 과소평가

전 세계 누적 확진자가 1천만 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WHO는 사태 초기부터 중국 편향 논란에 휩쓸리며 대응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이 중국을 두둔하는 언행을 계속하자 미국은 결국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절연 선언을 했다.

미국의 WHO 한 해 기여금은 4억∼5억 달러로 회원국 전체 기여금 중 약 22%를 차지하는 만큼 지원 중단은 말 그대로 ‘폭탄선언’인 셈이다.

다행히 WHO 재단이 설립되고 독일과 프랑스의 통 큰 기여 약속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글로벌 보건 분야를 관장해야 하는 WHO에 대한 신뢰는 이미 금이 크게 갔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리더십 부재는 비단 WHO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부 국가 지도자는 코로나19 위험을 과소평가해 희생자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안이한 대응 뿐만 아니라 부작용 우려가 있는 말라리아약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맹신 등으로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등도 실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 강력해진 바이러스…백신은 언제쯤?

그 사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치며 한층 더 강력해졌다. 중국 충칭의과대학 황아일룽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신파디 집단 감염을 불러온 바이러스는 우한에서 확산한 초기 바이러스와는 다른 ‘D614G’라고 불리는 변종이라고 밝혔다.

이는 주로 유럽에서 확산한 바이러스로, 연구진이 인체 침투 능력을 시험한 결과 초기 바이러스보다 2.4배 강한 침투 능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종 바이러스가 백신 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이 치열한 백신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우한에서 확산한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D614G와 같은 변종 바이러스가 초기 코로나19보다 전염력 등이 훨씬 강하다면 이러한 백신의 효과를 크게 저해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충칭 의과대 연구팀은 “앞으로 항체를 이용한 치료나 백신 개발 등은 D614G와 같은 변종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