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온라인재판, 피고인에 불리?

사회적 거리두기 위해 배심원석 간격 넓히는 리모델링

‘배심원단 재판 끝날 때까지 같은 장소서 숙식’ 등 해결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기관으로 꼽히는 법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미국에서 가장 업무가 많은 뉴욕시 법원의 예를 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미국 사법체계에 부른 변화를 소개했다.

뉴욕에선 2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뒤부터 형사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방역을 위해 배심원 소집이 연기됐고, 배심원이 필요 없는 경범죄 재판도 진행 속도가 늦어졌다. 심문이나 진술이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뉴욕시 법원에 계류 중인 형사사건은 3만9200여건으로 늘어났다. 지난 2월에 비해 3분의 1 늘어난 수치다.

속도뿐 아니라 재판의 내용도 문제다. 변호인들은 온라인 재판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언에 대해선 변호인이 증인의 발언 내용뿐 아니라 세세한 몸짓까지 파악해서 반박해야 하지만, 화상 증언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재판 도중 변호인이 피고인에게 귓속말로 조언을 해주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변호인과 피고인이 별개의 장소에서 온라인으로 재판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변호인이 법정 안팎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검찰 기소와 관련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이 같은 관행도 불가능해졌다.

배심재판이 무기한 연기된 것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미 기소가 된 피고인들도 재판이 열릴 때까지 구치소에 무기한 수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2016년에 발생한 총기 사망 사건의 용의자로 기소된 30대 남성 체스터 테일러는 지난 3월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재판이 연기됐다.

2년간 끈 재판은 언제 다시 시작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법원도 법정에서 재판을 재개할 준비에 나섰다.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법정을 리모델링하는 중이다. 배심원석의 간격을 넓히고, 좌석 간 투명유리도 설치할 계획이다.

증인석과 검사와 변호인 자리에도 보호대가 설치된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도 적지 않다. 배심원단이 소집되면 재판이 끝날 때까지 같은 장소에서 숙식을 함께 할 뿐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유무죄에 대해 논의도 해야 한다.

배심원단은 법정에서 마스크를 착용해도 문제가 없지만, 증인은 마스크 착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증인은 피고인에게 얼굴을 감출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면서 배심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형사재판에 소집된 배심원단 [EPA=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