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가을이 분수령, 제2의 ‘스페인독감’ 우려

가을전 백신 공급 가능성 없어…겨울에 결정적 단계 진입할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올 가을 결정적 분수령이 된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이를 제대로 넘기지 못한다면 최대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세계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시간이 갈수록 확산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특히 미국과 유럽, 중남미에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가장 많은 환자가 나온 미국은 지난 25일 일일 확진자가 4만명을 처음으로 넘더니 28일까지 6일 연속 4만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한스 헨리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국장은 “지난 2주 동안 신규 환자가 증가한 유럽 30개 국가 중 11개국이 ‘중대한 재확산'(significant resurgence)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남미에선 브라질과 페루, 칠레, 멕시코 등 4개국이 확진자 20만명을 넘겼으며, 러시아와 인도 등 모든 대륙에서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2차 유행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가브리엘 렁 홍콩대 의학원장은 SCMP에 “중추(올해 10월1일) 혹은 늦가을 전에 제2의 전염병 물결이 올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을 전에 백신이 공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겨울이면 또 다른 결정적 단계(critical stage)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무증상 감염자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추운 날씨에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말했다. 가을철 더 폭발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미국인들은 올해 아주 고약한 가을과 겨울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존 메튜스 호주 멜버른대학 인구‧국제보건학대학 명예교수는 “2차 유행이 일어나려면 전체 인구의 60~70%가 백신을 접종하거나 질병에 노출돼야 한다”면서도 “사람들의 행동과 정부의 대응에 따라 확산 추이가 달라질 수 있다”며, 재확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올 가을 재확산할 경우 인적·물적 피해는 1차 때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 스페인독감은 1918년 초여름, 1918년 가을, 1918년 봄 세 차례 전 세계에서 유행했는데 이 중 2차 유행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당시 통계에 따르면 1차 유행 때 1000명당 5명 수준이었던 사망률은 2차 유행 때 다섯 배로 치솟았다. SCMP는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스페인독감과 비슷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며 “2020년, 1918년 스페인독감의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