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죽은 항공업계, 백신으로 살아나나

승객용 항공기로 백신 운송·공항에 보관소 증축 등 준비

“올해 받은 팬데믹 재정타격 만회하기엔 역부족” 우려도

올 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전한 항공업계가 전 세계 백신 수송에 가담하며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주요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이 조만간 각국에 본격적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항공업계는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 세계로 운송될 백신 물량의 절반가량은 항공기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추측한다고 WSJ은 전했다.

항공업계는 이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항공사들은 승객용 항공기를 화물기 전용 노선에 투입하고, 공항들은 백신을 보관하기 위한 냉장 시설을 증축하고 시설 내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달부터 화물기 5대를 동원해 화이자의 백신을 벨기에 브뤼셀의 생산공장에서 시카고로 운송해왔다.

최근에는 승객용 항공기로도 백신을 실어나르고 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인도를 오가는 자사노선을 코로나19 백신 운송에 활용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인도는 전 세계에서 항공기로 의약품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은 브뤼셀 등에서 아시아와 북대서양 국가로 백신을 운송하는 업무를 맡기 위해 다수 공개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이 항공사는 조만간 낙찰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에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레이트 항공은 현재 두바이에 코로나19 백신을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화물 보관시설을 짓고 있다고 밝혔다.

온도 조절이 가능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세우고 있는 이 시설은 규모가 9만7000 제곱피트(약 9000㎡)에 달할 것이라고 에미레이트 항공은 전했다.

지난 8월 파산보호를 신청해 감원 등 구조조정에 나선 버진애틀랜틱 항공은 백신 수송을 위해 의약품 추적 시스템을 개발하고 주요 유통경로 곳곳에 보안을 강화했다.

다만 항공사들이 백신 수송에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해도 현재까지 입은 재정적 타격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WSJ은 내년 업계에서 다룰 전체 항공 화물 중 코로나19 백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1%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나이티드항공 화물기에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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