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휩싸인 서울시…”침통·참담”

박원순 시장 사망 소식에 직원들 “제발 아니길 기도했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이 10일 새벽 전해지자 서울시청사는 크게 술렁였다. 경찰 등의 수색작업 보도 등에 귀 기울이며 늦은 밤까지 청사를 떠나지 못했던 직원들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박 시장의 사망 배경을 둘러싸고 불미스러운 의혹이 제기된 상태지만,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서울시의 많은 직원들은 박 시장의 죽음을 비통해하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

서울시청

 

◇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랐는데…”

앞서 9일 퇴근 시간 무렵 전해진 박 시장의 실종 소식에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는 직원 상당수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비상 대기에 들어갔다.

박 시장이 이날 몸이 아프다며 갑자기 일정을 모두 취소했지만,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실종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박 시장의 딸이 실종 신고를 했고,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서울시청사 내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후 온라인으로 박 시장에 관한 갖가지 ‘설’을 담은 지라시가 돌았지만, 직원들은 이에 관해 입 밖으로 섣불리 내뱉지 못하고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늦게까지 남아있던 직원들은 “지라시로 도는 얘기가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제발 무사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그러다 결국 약 7시간 만에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시청사 곳곳에서 일제히 탄식이 터져 나왔다. 대부분 망연자실한 상태로 말을 잇기 어려워했다.

“너무 당혹스럽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이렇게 되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저 참담할 뿐이다”라는 반응이었다.

◇ “일벌레 시장님”…”성추행 의혹, 상상하기 어려워”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박 시장은 ‘일벌레’로 통했다. 그가 2011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만들어 간직한 ‘3공 바인더’ 서류철이 2천여개에 달할 정도였다. 이 서류철은 서울시 각 분야의 정책 서류와 박 시장이 수시로 적어온 아이디어 메모를 모아놓은 것이었다. 그는 시장 첫 번째 임기 초부터 시정 각 분야를 맹렬히 공부하고 담당 직원들에게 ‘깨알 지시’를 하는 꼼꼼함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서울시의 한 간부급 공무원은 “시장님은 각 업무의 구체적인 부분까지 일일이 챙겨가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했다”며 “그래서 늘 직원들을 긴장시키기는 했지만, 그 애정과 열정을 누구나 인정했기에 신망이 두터웠다”고 말했다.

전날 언론에 보도된 ‘부하 직원 성추행 의혹’에 관해서도 아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알려진 내용은 박 시장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비서 A씨는 과거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며 최근 박 시장을 경찰에 고소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한 여성 직원은 “상상하기 어려운 얘기”라고 했다. 이 직원은 “그런 얘기는 전혀 들은 적이 없고, 전에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크게 일어났을 때도 우리 직원들 사이에서는 농담조로 ‘시장님은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경찰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온 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와룡공원 인근에서 경찰특공대 수색견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