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사고 AI로 키운 여론…한국 ‘폰팜’ 논란, 미국 중간선거도 ‘위험’
구독자·조회수·댓글 조작 시장 확산…영국선 가짜 정치 유튜브 12억뷰
선거 여론이 돈으로 사고파는 시장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구독자와 조회수, 좋아요, 댓글 공감까지 패키지로 판매하는 온라인 여론조작 시장이 선거판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영국과 미국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봇팜과 가짜 정치 콘텐츠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 매일신문은 최근 6·3 지방선거와 관련, 유튜브 정치 채널을 겨냥한 여론조작 시장이 공공연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 구독자 1만명은 80만원, 조회수 2만회는 2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좋아요와 댓글 공감, 신고, 싫어요까지 판매 대상이 되고 있다.
◇ 구독자는 10만명인데 영상 조회수는 수십회?
전문가들에 따르면 허위 구독자를 가진 채널의 경우 구독자 수보다 최근 영상의 평균 조회수가 형편없이 적고 댓글의 질, 좋아요 비율 등이 낮으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구독자가 10만명인데 영상 조회수는 수십~수백회 정도에 머무르는 수준이며 애틀랜타 한인 유튜브 채널 중에도 이같은 현상을 보이는 곳이 존재한다.
이러한 조작을 위한 핵심 장비는 이른바 ‘폰팜’이다. 폰팜은 스마트폰 메인보드 수십 장을 하나의 박스에 넣고 대량의 온라인 활동을 자동화하는 장비다.
매크로 프로그램과 결합하면 사람이 직접 계정을 운영하지 않아도 특정 영상에 조회수와 좋아요를 몰아주거나, 반대로 상대 채널에 싫어요와 신고, 비방 댓글을 집중시킬 수 있다.
정치 유튜브 채널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특정 영상이 올라온 직후 새 계정들이 몰려와 ‘가짜뉴스’ ‘허위선동’ 같은 댓글을 반복해서 달고, 신고와 비공감을 집중하면 영상 노출이 떨어질 수 있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부정적 반응이 집중된 콘텐츠를 덜 노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기 진영 채널에는 구독자와 조회수, 동시 접속자 수를 부풀릴 수 있다.
“동시 접속 3만명” “구독자 10만명 돌파” 같은 숫자는 그 자체로 정치적 영향력의 증거처럼 소비된다. 실제 시청자와 허수가 뒤섞이면 여론의 크기와 강도를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 미국과 영국에서도 여론 조작 ‘비상’
문제는 이런 현상이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150개가 넘는 가짜 유튜브 채널이 반노동당 성향의 정치 동영상을 대량으로 유포해 12억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채널은 인공지능으로 만든 정치 콘텐츠와 자극적인 제목, 가짜 스캔들성 주장을 활용해 영국 총리와 노동당을 공격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이들 채널은 모두 5만6000개 이상의 영상을 만들었고, 구독자 수는 530만명에 달했다.
일부 영상은 실제 언론 보도처럼 보이도록 구성됐고, 영국식 내레이션과 정치적 분노를 자극하는 표현을 사용해 신뢰도를 높였다.
이 사례는 온라인 정치 여론조작이 단순히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수준을 넘어, 조회수와 광고 수익을 노리는 산업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적 분노가 돈이 되고, 알고리즘이 이를 더 멀리 퍼뜨리는 구조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법무부는 2024년 러시아 국영 RT와 연계된 세력이 인공지능으로 강화된 소셜미디어 봇팜을 운영하며 미국과 해외에 허위정보를 퍼뜨리려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당국은 관련 도메인 2개와 소셜미디어 계정 968개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봇팜이 더 이상 단순 반복 댓글을 다는 저급한 자동화 계정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AI를 활용하면 계정마다 다른 말투와 정치 성향, 활동 패턴을 부여할 수 있고, 실제 유권자가 작성한 것처럼 보이는 게시물과 댓글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 중간선거 앞두고 악성 도메인 5천개 생성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도 위험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보안업계는 2026년 들어 미국 중간선거를 겨냥한 악성 도메인 5000개 이상이 새로 만들어졌다고 경고했다. 이들 도메인은 선거, 투표, 후보, 뉴스 등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사용해 피싱, 가짜 뉴스 유포, 정치 기부 사기, 언론사 사칭 등에 악용될 수 있다.
특히 러시아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도플갱어’식 작전은 로이터나 폭스뉴스 같은 기존 언론사와 비슷한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유권자는 실제 언론 보도와 가짜 사이트를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잘못된 정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케임브리지대가 공개한 가짜 온라인 영향력 가격 추적 자료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전 세계 500개 이상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짜 계정 인증과 팔로워, 조회수, 댓글을 사고파는 시장이 존재하며, 봇 군단은 이미 상품처럼 거래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선거법은 정치자금과 광고, 허위 정보 일부를 규제하지만, 가짜 조회수와 인위적 참여 조작, AI 봇팜이 결합한 여론조작을 실시간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비정상 트래픽을 탐지한다고 밝히지만, 물리적 기기와 AI가 결합한 조작은 기존 봇 탐지 시스템을 우회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미국 중간선거는 이 문제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 선거가 아닌 중간선거는 지역구와 주별 경합이 많아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여론조작도 특정 지역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짜 지역 언론 사이트, 후보 비방 영상, 조작된 조회수와 댓글, AI 생성 음성·영상이 결합하면 유권자의 판단을 흔드는 데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투표 전 유권자의 판단을 좌우하는 정보 환경 역시 선거의 핵심 인프라가 됐기 때문에 투표함 보안만으로는 선거 공정성을 지킬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