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조5천억달러 들여 갱단·마약상에 혜택”…차라리 현금 제공 선택
공화, 작은 정부 기조와 배치…‘시장 개입 거부’…무보험자 증가 우려 커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건강보험개혁법(ACA, 오바마케어)을 폐지하고 그 예산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연방 상원을 통과한 셧다운 해제 합의안을 두고 “매우 좋다”면서도 쟁점인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연장안에 대해서는 매섭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감옥에서 풀려나거나 갱단, 마약상 같은 사람들에게 1조 5000억 달러를 퍼주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길 원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해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보험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돈이 돌아가는 건강보험을 원한다”며 보험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현금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계획이 의료시장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오바마케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킨 법으로, 보험사가 기저질환·성별 등을 이유로 가입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저소득층에는 소득에 따라 보험 보조금을 지급한다.
정부가 직접 보험 가입 플랫폼을 운영해 소비자가 원스톱으로 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공화당은 이 같은 정부의 시장 개입을 근본적으로 반대한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 “가장 위험한 법안”이라고 비판해온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를 폐지·수정하기 위해 60차례 이상 표결을 시도했고, 연방대법원에 위헌 소송을 4차례나 냈다.
공화당은 오바마케어가 의료비를 상승시키고 보험사의 이익만 키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보험사들이 기저질환자 가입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일반 가입자의 보험료를 인상하면서 중산층 부담이 늘었고, 대신 저소득층은 보험 접근성이 높아지는 ‘재분배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 의회예산국과 공공기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공화당은 이를 “시장주의를 거스르는 불공정한 제도”로 인식하고 있다.
오바마케어 시행 후 무보험자 비율은 14~16%에서 7.7%로 절반가량 줄었다.
특히 최대 수혜층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인 저소득층 백인이다. 카이저패밀리재단(KFF)에 따르면 오바마케어 가입자의 57%가 공화당 지역구에 거주한다. 법 시행 초기 33%였던 국민 호감도는 2024년 66%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10일 상원을 통과한 공화당 임시예산안에는 오바마케어 보조금 예산이 빠져 있어, 연말 지원이 종료되면 가입자 2400만 명 중 상당수가 내년부터 보험료가 2~3배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른 역풍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은 “보조금 대신 현금을 직접 지급하겠다”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공화당은 2주 안에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현금 지급만으로는 의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건강보험의 본질은 의료비 부담을 가입자 전체가 나누는 위험 분산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예산 350억달러(약 51조원)를 2200만 명에게 나눠주면 1인당 연간 1600달러(약 230만 원)에 불과하다”며 “만약 무보험자까지 포함하면 1인당 700달러(약 100만 원)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바마케어가 무력화될 경우 기저질환자 차별이 되살아나고, 보험료 폭등으로 무보험자 비율이 다시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이 ‘작은 정부’라는 이념적 신념 아래 오바마케어를 공격하고 있지만, 정치적·경제적 파급 효과는 공화당의 지지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