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도시’ LA…어쩌다 이 지경까지…

코로나 감염 100만명 돌파…시신 안치공간 찾느라 주방위군 투입

건조한 날씨로 실내 감염 증가…작년 11월 느슨해진 방역도 원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이 통제불능의 재앙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5 LA 카운티 보건국에 따르면 코로나 누적 환자는 97만5299명으로 100만명에 육박했고, 누적 사망자는 1만3000명을 넘겼다.

LA 병원에 세워진 코로나19 환자 분류 텐트 [로이터=연합뉴스] 

LA의 코로나 감염자는 전 세계 확진 사례와 비교하면 국가급 위기 상황으로 번졌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 누적 환자 100만명을 넘긴 국가는 18개국으로, LA의 코로나 환자는 네덜란드(91만명), 인도네시아(88만명), 체코(87만명), 캐나다(69만명)보다 많다.

LA 카운티 보건국은 지난 13일에는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아 통계치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누적 환자가 3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모델링 예측 결과를 내놨다. LA 주민 3명 중 1명꼴로 감염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서부의 최대 도시이자 ‘천사의 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LA는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전문가들은 LA에서 코로나 대확산이 일어난 이유로 높은 인구 밀집도와 기후, 느슨해진 방역 등이 복합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감염병 전문가인 커스틴 비번스 도밍고 박사는 NBC 방송에 “인구가 과밀한 LA는 빈곤층과 많은 필수업종 종사자가 몰려있는 복잡한 지역”이라며 “이런 요소들이 한꺼번에 합쳐지면서 코로나 대유행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LA 도심 지역의 인구 밀도는 스퀘어마일당 7000명으로 뉴욕의 맨해튼(5200명)보다 높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연초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LA는 미국에서 가장 밀집한 대도시로, 각 가정에서 코로나가 확산하고 있다”며 “필수 업종 근로자가 집으로 돌아오면 그 가정에는 5명, 7명, 심지어 10명의 가족이 함께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궂은일을 하는 필수 근로자 대부분이 대가족 생활을 하는 라틴계와 흑인이라는 점도 코로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정 내 코로나 확산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LA 카운티는 지난 11일 필수 업종 근로자들에게 집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했다.

LA 카운티 행정책임자인 힐다 솔리스 슈퍼바이저 위원장은 “코로나를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까지 퍼트려 위독해지자 자녀들이 사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온화한 LA의 겨울 날씨가 코로나 확산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이런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대신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건조한 겨울 날씨는 실내에서 코로나가 확산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만들었다.

NBC 방송은 “LA가 온화한 기후로 알려졌지만 그래도 겨울철이 되면서 야외 활동이 이전과 비교해 줄었다”며 밀집한 주택가에서 이뤄진 연말·연초 가족 모임 등이 코로나 확산을 부추겼을 것으로 진단했다.

코로나의 급격한 전파는 사적 모임이 허용됐던 작년 11월 초부터 시작됐다는 게 LA 카운티 보건당국의 분석이다. 앞서 10월 말 미 프로야구팀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과 핼러윈으로 조성된 축제 분위기도 방역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의 파고가 닥치며 LA는 작년 11월 말 자택 대피령을 다시 발동했지만, 코로나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카운티 보건국에 따르면 현재 LA에서는 1분마다 평균 10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있으며, 6분에 1명꼴로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특히 LA카운티 관리들은 시체 보관소를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숨진 희생자들이 급증하면서 시신을 안치할 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LA 검시관실에는 약 900구의 시신이 보관돼 있다. 평소 이 검시관실의 수용 능력은 시신 500구다. 하지만 지난해 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십여개의 냉장 보관시설을 추가로 설치했고 그 덕분에 수용 능력이 시신 2천구까지 늘었다.

그러나 LA 검시관실은 다음 주까지 십여 개의 트레일러와 6개의 냉장 컨테이너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또 주 방위군은 이 검시관실에 파견돼 시신의 운반과 저장 작업을 돕고 있다. 하지만 검시관실은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며 주 당국에 더 많은 인력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하는 중이다.

LA카운티가 속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용 가능한 중환자실(ICU) 병상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구 4000만명인 이 주 전체를 통틀어 빈 ICU 병상은 1094개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만2000여명이 코로나19로 입원해 있고, 그중 거의 5000명에 달하는 환자가 중환자실에 있는 상황이다.

다만 캘리포니아에서는 최근 양성 판정 비율이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입원 환자 수도 상승세를 멈추면서 희미한 개선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또 야구장인 LA 다저스타디움에선 이날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개시했다. 이 야구장에서는 완전 가동 상태가 되면 하루 1만2천명에게 백신을 맞힐 수 있을 것이라고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밝혔다.

가세티 시장은 “백신은 이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회복으로 가는 길을 마련할 가장 확실한 경로”라고 말했다.

LA카운티 검시관실에서 주 방위군 등이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