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종 최대 13% 이미 멸종”…6차 대멸종 진행 중

무척추동물 포함해 추론, 1500년 이후 15만∼26만 종 사라져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최남단 오스트랄 제도 루루투섬의 멸종 달팽이 껍데기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최남단 오스트랄 제도 루루투섬의 멸종 달팽이 껍데기 [O. Gargominy, A. Sartor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구상의 생물은 지금까지 자연현상에 의해 5차례 대멸종을 겪었으며, 현재 인간에 의한 6차 대멸종을 겪는 중이라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약 200만 종에 달하는 지구 생물 중 이미 15만∼26만 종이 사라지며 대멸종이 현재진행형으로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노아 하와이대학교에 따르면 이 대학 ‘태평양 생명과학 연구센터’ 연구교수 로버트 코위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달팽이를 비롯한 연체동물이 처한 상황을 토대로 추론한 대멸종 진행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바이오로지컬 리뷰'(Biological Review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멸종 생물에 무척추동물을 포함하는 것이 6차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관건이라고 했다.

코위 교수는 “멸종 생물 종의 급격한 증가와 동식물 개체 감소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지만, 일부는 아직 이런 현상이 대멸종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면서 “이는 포유류나 조류에만 집착하고 생물다양성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무척추동물을 무시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포유류와 조류 중심으로 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올라있는 멸종위기종은 882종(0.04%)에 그쳐 큰 차이를 보인다.

연구팀은 과거 대멸종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해양생물 종이 아직 비해양생물 종만큼 위기에 처한 증거는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섬 생물 종이 대륙에서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겪는 것으로 추정했다. 식물은 멸종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무척추동물과 마찬가지로 멸종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6차 대멸종에 대한 과학적 부인이 발판을 마련하면서 일부는 6차 대멸종이 시작됐다는 것 자체를 부인하거나, 이를 인정해도 인간이 지구 역사에서 주어진 자연적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진화 과정으로 받아들이거나, 인간의 이득에 맞춰 생물다양성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은 외부의 영향 속에서 진화하는 여러 종 중의 하나가 아니라 대규모로 생물권을 조작할 수 있고 지금의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로서, 인류의 미래와 지구의 생물다양성과 관련해 의식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종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멸종동물 보호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를 위기에서 구하는 데 성공했지만 모든 종을 구할 수는 없고 대멸종 흐름을 바꿔놓을 수도 없다면서, 그런데도 이런 노력을 계속 펴고, 생물 종이 멸종해 사라지기 전에 생물다양성을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코위 교수는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웅변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개선책이 존재하고 정책결정자의 관심을 끌고 있음에도 정치적 의지가 부족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기를 아예 부인하거나 아무런 조처 없이 받아들이고 심지어 고무하는 것은 인류의 공동 책임을 폐기하고 지구가 6차 대멸종을 향해 슬픈 궤도를 계속 나아가게 하는 길을 닦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