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칼잡이’서 제1야당 대선후보로…윤석열 누구

“사람에 충성 안해” 항명사태로 스타덤…’좌천→파격승진’ 롤러코스터

조국 사태로 문 정부 불화…’0선 정치신인’ 전폭 당심에 야당 경선 돌파

반사체→발광체로 거듭날까…본선서 실력 입증하며 지지층 결집 과제

지명 감사 인사말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지명 감사 인사말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지명 감사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1.5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61) 전 검찰총장이 정치입문 불과 4개월여 만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리에 올랐다.

지난 6월 30대 ‘0선’ 이준석 대표가 돌풍을 일으키며 중진들을 물리치고 야당 사령탑에 오른 데 이어 ‘0선 정치신인’으로서 한국 정치사에 또 하나의 이변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한국 정당사상 최초로 ‘0선’ 당 대표와 대선후보를 나란히 배출하게 됐다.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면서 사실상 와해한 보수 진영을 재건할 구원 투수의 임무를 완수해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대학교수 부부의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난 윤 후보는 유년 시절 경제학자의 꿈을 꾸기도 했으나, ‘더 구체적인 학문을 하라’는 부친의 권유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어린 시절의 윤석열 후보(왼쪽에서 세 번째) [캠프 제공]

어린 시절의 윤석열 후보(왼쪽 3번째) [캠프 제공]

‘스타 검사’ 윤석열의 성장기는 반전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윤 후보는 늦깎이 검사로 평범한 이력을 거치다 노무현 정부 들어 굵직굵직한 특수 사건에 투입되며 ‘칼잡이’로서 명성을 쌓았다.

2002년 검사 옷을 벗고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고, 1년 만에 “검찰청 짜장면 냄새가 그립다”며 친정으로 복귀한 뒤부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 비리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BBK 특검, 부산저축은행 사건,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맡았다.

선 굵은 수사 스타일로 이명재·정상명 전 검찰총장 등 까마득한 선배들의 총애를 받아 대형 사건 수사마다 차출됐고, 그 덕분에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 과정에서 남다른 보스 기질로 ‘윤석열 사단’을 구축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학 시절 MT에서 노래 부르는 윤석열 후보 [캠프 제공]

대학 시절 MT에서 노래 부르는 윤석열 후보 [캠프 제공]

윤 후보가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국회 국정감사에서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다.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내지른 국감장의 작심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정권에 밉보여 지방 고검 검사로 좌천, 4년여간 유배지를 떠돌며 인고의 세월을 보냈으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는 ‘강골 검사’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이 무렵 민주당 핵심 인사로부터 총선 출마 권유를 받았을 땐 “검찰에 남아 후배들을 챙겨야 한다”며 완곡하게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통 검사로서는 숨통이 끊긴 듯했던 윤 후보는 2016년 탄핵 정국을 맞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위 ‘촛불 혁명’의 공신으로 선배들을 제치고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됐고, ‘적폐 청산’ 수사와 공소 유지를 진두지휘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을 끌어냈다.

윤 후보는 당시 특검 팀 내부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었다고 훗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IG그룹 기업어음 사기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
LIG그룹 기업어음 사기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특수1부장 윤석열 부장검사가 LIG그룹 기업어음 사기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2.11.15

조국 사태는 오늘날 ‘정치인 윤석열’이 있게 한 변곡점이었다.

검찰 수장으로서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당부를 문자 그대로 행동에 옮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밀어붙이다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됐다.

조 전 장관 후임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추·윤 갈등’에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시도하는 여권과의 정면충돌이 겹치며 현 정권과의 불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윤 후보는 지난 3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임기를 넉 달여 남기고 전격 사퇴, 광야로 나섰다.

◇ ‘맨손’으로 ‘호랑이굴’ 야당 접수…’반사체’에서 ‘발광체’로 거듭날까

반문의 ‘기수’를 찾던 야권은 ‘거물급 신인’의 등장에 열광했다.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섰던 윤 후보는 자연스레 야권 대장주로 꼽히며,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먼저'
문 대통령,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먼저’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 먼저 입장할 것을 권하고 있다. 2019.7.25

전국 단위 선거에서 네 차례 연달아 패배하며 쪼그라들어 집권 플랜조차 마땅치 않았던 보수 진영은 윤 후보를 향해 뜨거운 러브콜을 보냈다.

3개월 남짓 두문불출하면서 기초체력을 다진 윤 후보는 ‘6·29 선언’을 통해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했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 정신을 내세워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내겠다는 그의 출사표는 진보를 표방한 기성 정치 세력의 불공정과 내로남불에 지친 국민들에 카타르시스를 줬다.

주변에선 충청 대망론을 불어넣기도 했다.

치맥회동 나선 이준석-윤석열
치맥회동 나선 이준석-윤석열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2021.7.25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는 서울 사람이지만,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고 논산의 파평 윤씨 집성촌에 애착을 가진 터였다.

여의도 문법에 익숙하지 않았던 만큼 초창기 적응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윤석열 X파일’ 논란으로 도덕성 리스크가 부각됐고, 과감하지만 서툰 화법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지난 7월 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뒤로도 이준석 대표와의 불화설에 휩싸이는 등 좌충우돌했다. ‘전두환 옹호’ 논란 발언이나 ‘개 사과’ SNS 글은 치명적인 실책으로 꼽힌다.

다만, 당내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의원 등 산전수전 다 겪은 경쟁 주자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받으면서도 탄탄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윤 후보와 같이 현 정부 사정기관 수장 출신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한때 야권 블루칩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낮은 인지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경선에서 중도 탈락한 것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 셈이다.

특히 ‘정권 핵심과 맞서 싸워 지지 않았다’는 이미지 덕분에 당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보수 궤멸에 앞장선 인물’이라는 일침은 정권 교체라는 대의명분 앞에 힘을 쓰지 못했다.

홍준표 윤석열 후보 악수
홍준표 윤석열 후보 악수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27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 G1 강원민방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에 참석한 홍준표(왼쪽)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2021.10.27

 

제1야당 대선 후보에 오른 윤 후보 앞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의 반사이익, 그 이상을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대선 본선 진출과 동시에 ‘반사체’가 아닌 ‘발광체’를 노리며 꺼내든 화두는 혁신을 통한 확장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의 TV토론 등을 통해 남은 기간 본선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 후보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선거운동을 통해 집권 시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지 보여줄 것”이라며 “우리부터 변하고 새로운 인물도 영입해 지지 기반을 넓게 잡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후보는 52세에 12살 연하인 김건희 씨와 결혼했다. ‘애처가’라고 불리기를 마다치 않는다. 슬하에 자녀는 없으며, 반려견 4마리와 반려묘 3마리를 키우고 있다.

‘한 자리에서 맥주 3만cc를 마신다’고 할 정도로 주량이 세고,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테인리스 팬으로 달걀말이를 타지 않게 부쳐냈을 만큼 요리를 즐겨 한다.

두 손 번쩍 든 윤석열
두 손 번쩍 든 윤석열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17일 경북 포항 죽도시장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전 검찰총장이 지지자들에게 두 손을 번쩍 들어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