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주의는 전염병” 전국서 집회·행진

조지아주 포함 45개 주에서 ‘준틴스 데이’ 집회

기업들도 자체휴무 실시…노동자들 집회 동참

미국의 노예해방 기념일 ‘준틴스 데이'(Juneteenth Day)를 맞아 미전역에서 대규모 집회와 시위, 기념행사가 열렸다.

언론들은 19일 애틀랜타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수백만 명이 집회와 행진, 각종 축하 행사 등에 참석해 150여년 전 노예제도 종식을 기념했다고 보도했다.

노예해방 기념일을 맞아 애틀랜타 도심에 집결한 시위대 [AP=연합뉴스]
수도 워싱턴DC와 뉴욕, 시카고, 내슈빌, 애틀랜타, 필라델피아, 뉴올리언스 등에 모인 시위대는 노예해방 선언문을 낭독하며 인종차별 철폐를 부르짖었다.

시민단체 ‘흑인 생명을 위한 운동’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최소 45개 주에서 행사가 열렸다.

준틴스는 6월(June)과 19일(nineteenth)을 합친 단어로, 미국 땅에 있던 마지막 흑인 노예가 해방된 날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1863년 1월 1일 노예 해방을 선언했지만, 남부연합 소속으로 연방군과 맞섰던 텍사스주는 2년 반이 지난 1865년 6월 19일 마지막으로 노예 해방령을 선포했다.

준틴스 데이는 연방정부가 지정한 공휴일은 아니다. 하지만 텍사스주가 1980년 처음으로 자체 공휴일로 지정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47개 주와 워싱턴DC가 공휴일 또는 기념일로 지정해 매년 행사를 열고 있다.

특히 올해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철폐 운동과 맞물리면서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시카고 도심에서 열린 ‘준틴스데이’ 집회 [신화=연합뉴스]
AP통신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백인들도 올해 행사를 기념하며 준틴스 데이가 새로운 명성을 얻게 됐다”고 보도했고, NYT는 “전통적으로 흑인들의 기념행사였던 준틴스 데이가 이제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애틀랜타에서는 오전 9시부터 센터니얼 올림픽 공원에서 ‘하나의 인종: 애틀랜타행진(One Race: March on Atlanta)행사가 열려 수천명이 함께 주의사당까지 행진하며 인종차별 철폐를 부르짖었다.

워싱턴DC 내셔널 몰과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관, 백악관 인근에서는 수천 명이 “인종주의는 전염병”이라는 팻말을 들고 행진했고, 뉴욕시 브루클린 공공도서관 앞에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슬로건 아래 수백명이 집결했다.

스미스소니언 협회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준틴스 데이가 제2의 독립 기념일”이 됐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준틴스 데이를 기리는 지방정부의 조치도 잇따랐다.

워싱턴DC를 비롯해 코네티컷, 일리노이, 미네소타, 테네시, 버몬트 주가 준틴스 데이를 맞아 노예해방과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뉴욕시는 내년부터 준틴스 데이가 공식 휴일이 될 것이라고 선포했고, 미네소타주는 노예해방 기념일의 공휴일 지정을 주의회에 요청했다.

기업들과 노동자들도 이날을 기념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비롯해 트위터와 나이키, 타깃 등 주요 기업들은 올해 준틴스 데이를 휴일로 지정했고, 캐피털원 은행은 평소보다 일찍 지점 문을 닫았다.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의 테슬라 공장 직원들은 시청까지 행진했고, 디트로이트의 포드, 제너럴 모터스, 피아트 크라이슬러 공장의 노동자들은 8분 46초간 작업을 중단하고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부 해안의 29개 항만 노조 조합원들도 일제히 거리 집회에 동참했다.

과거 노예 노동력을 착취해온 대규모 농장을 일컫는 말인 ‘플랜테이션’을 각종 행정용어에서 지우는 조치도 이어졌다.

로드아일랜드 주도인 프로비던스는 도시 공식 명칭에 들어가 있는 플랜테이션을 삭제하기로 했고, 루이지애나주 관광위원회도 플랜테이션이 들어간 관광 홍보 문구를 없애기로 했다.

뉴욕 도심 거리를 행진하는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