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팝송영어] Billy Joel ‘Piano Man’

매일 반복되는, 별볼 일 없는 일상을 보낸 보통 사람들(regular crowd)이 토요일 밤 지친 심신을 이끌고 한 술집에 모여듭니다. 진토닉을 주문한 노인은 말없이 술과 사랑에 빠져 있고,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부동산 일을 하며 살고 있는 폴은 아내가 있는지 없는지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해군인 데이비는 평생 ‘말뚝’을 박아야할 것 같다고 푸념합니다.

이들에게 술을 서빙하는 바텐더 존의 꿈은 배우였습니다. 그는 술을 따라주고 담뱃불을 붙여주면서도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웨이트리스가 바쁘게 움직이며 정치인들을 욕하는 사이 비즈니스맨들은 서서히 취해갑니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피아노를 치는 빌(빌리)입니다. 위대한 가수지만 그 보다는 ‘노래하는 스토리텔러’로 더 잘 알려진 빌리 조엘은 마치 기자처럼 사람들을 관찰하며 평범한 선술집의 풍경을 ‘사람냄새’ 물씬한 이야기로 녹여냅니다. 자신이 화자가 된 ‘Piano Man’을 통해 그는 아마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대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1990년대 민중가요 가운데 ‘청계천 8가’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신설동역 인근 노점상이 밀집해 있던 거리의 저녁 풍경과 이 곳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관찰한 이 노래의 주제 또한 “끈질기게 버티고 살아가지만, 그래도 삶은 위대하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현실의 벽 앞에 눈물을 떨구고 칠흙같은 어둠에 좌절도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두 다리로 버티며 살아갑니다.

개인적으로 글쓰기를 좋아하는데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만나서 이야기 하는 일이 즐거워 28년간 해온 기자라는 일이 적성에 잘 맞았던 같습니다. 지위가 높아지고 부를 축적한 이른바 ‘잘난’ 사람들을 만나 성공 스토리를 듣는 것도 큰 도움이 됐지만, 가슴을 울리는 감동은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취재할 때 오히려 깊게 찾아옵니다.

이렇게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소소한 ‘내공’을 쌓은 덕분인지 작은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쉽게 무너지는 타입은 아니지만, 정말 힘든 상황에서는 누군가의 진솔한 사랑과 위로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선술집을 찾은 사람들에게 피아니스트가 아닌 ‘피아노 맨’ 빌리의 발라드가 필요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피아노 맨의 선율처럼 마음을 위로하는 사랑이 찾아오면 평범하지만 가치있던 삶이 정말 위대한 인생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최근 애틀랜타를 찾은 빌리 조엘의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이 노래가 주는 위로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갔는데 건반을 두드리는 73세의 ‘피아노 맨’의 주름진 손가락에서 스토리텔러의 인생이 흘러나오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순간 건반은 아니지만 하루에도 수만번씩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52세 기자의 손가락이 그의 피아노 위에 오버랩 됐습니다.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삶이란 없습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글로 쓰고, 그리고 쓰는대로 살아가는 글쟁이로서 제 인생 무대를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옆에서 숨만 쉬어줘도 고맙다는 한 사람을 위해, 또한 오늘도 위로가 필요한 위대한 서민들을 위해 자판으로 인생을 노래하는 ‘키보드 맨’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이상연 대표기자

[가사]

It’s nine o’clock on a Saturday
The regular crowd shuffles in
There’s an old man sittin’ next to me
Makin’ love to his tonic and gin

He says, “Son can you play me a memory?
I’m not really sure how it goes
But it’s sad and it’s sweet and I knew it complete
When I wore a younger man’s clothes”

La, la-la, di-di-da
La-la di-di-da da-dum

Sing us a song, you’re the piano man
Sing us a song tonight
Well, we’re all in the mood for a melody
And you’ve got us feelin’ alright

Now John at the bar is a friend of mine
He gets me my drinks for free
And he’s quick with a joke, or to light up your smoke
But there’s some place that he’d rather be

He says, “Bill, I believe this is killing me”
As a smile ran away from his face
“Well, I’m sure that I could be a movie star
If I could get out of this place”

Oh, la, la-la, di-di-da
La-la di-di-da da-dum

Now Paul is a real estate novelist
Who never had time for a wife
And he’s talkin’ with Davy, who’s still in the navy
And probably will be for life

And the waitress is practicing politics
As the businessmen slowly get stoned
Yes, they’re sharing a drink they call loneliness
But it’s better than drinkin’ alone

Sing us the song, you’re the piano man
Sing us a song tonight
Well, we’re all in the mood for a melody
And you’ve got us feelin’ alright

It’s a pretty good crowd for a Saturday
And the manager gives me a smile
‘Cause he knows that it’s me they’ve been comin’ to see
To forget about life for a while

And the piano, it sounds like a carnival
And the microphone smells like a beer
And they sit at the bar and put bread in my jar
And say man what are you doin’ here?

Oh, la, la-la, di-di-da
La-la di-di-da da-dum

Sing us the song, you’re the piano man
Sing us a song tonight
Well, we’re all in the mood for a melody
And you’ve got us feelin’ al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