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류관 평양냉면, 사실은 좀 비려요”‘

남북평화 상징서 갈등 소재로…맛 평가도 변화

북한 공연 레드벨벳 웬디 “비려서 몰래 양념을”

남북 평화의 상징으로 비둘기보다 먼저 인식된다는 평가까지 받던 평양냉면이 갈등의 소재가 되고 있다.

포문을 연 사람은 오수봉 옥류관 주방장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며 거친 막말을 퍼부었다.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선수권 대회 고별만찬에 평양냉면이 놓여 있다.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에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나도 옥류관 냉면 먹어봤지만 솔직히 영~우리 입맛에 안 맞는다, 남·북한 냉면맛도 분단의 역사만큼이나 이질적”이라며 응수하기도 했다.

평양냉면과 얽힌 구설은 이미 한차례 논란을 일으킨 뒤 지나간 바 있다.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따라간 재계 총수들에게 현 북한 외무상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며 면박을 준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이에 과거 레드벨벳 멤버의 일원인 웬디의 평양냉면 시식기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8년 4월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평양공연 ‘봄이 온다’에 참석해 무대를 펼친 레드벨벳 멤버들은 공연에 참석한 다른 남측 가수들과 함께 평양냉면 전문점인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시식했다.

이후 레드벨벳 멤버들은 그해 8월 22일 방송된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 출연해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에 참여했던 경험과 함께 옥류관 평양냉면의 솔직한 시식 평가를 했다.

레드벨벳 웬디. © News1 권현진 기자

DJ 김신영이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웬디에게 “옥류관 냉면의 맛은 어땠냐”고 묻자, 웬디는 “평양냉면에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세 가지가 다 들어간 줄 몰랐다”며 “세 가지가 들어가니까 약간 비린 맛이 있었고, 소스를 넣으려고 하는데 ‘많이 넣으면 안 된다’고 했다” 며 “‘오리지널로 먹어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신영은 “그래서 한 입 먹고 소스를 넣었느냐”고 물었고, 웬디는 머뭇거림 없이 “네”라고 빠른 대답을 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1960년 8월에 문을 연 옥류관은 북한 평양 대동강 기슭에 위치한 대표적인 평양냉면 음식점이다. 대동강의 옥류교 옆에 지어졌다고 해서 옥류관이란 이름이 붙었다. 옥류관은 금강산 관광구역과 중국 베이징 등에 분점이 있다.

꽉 막힌 남북관계가 풀리는 중요한 변곡점이 있을 때마다 그 현장에는 항상 평양냉면이 함께 했다.

2000년 정상회담 당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 이어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옥류관에서 식사를 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두에서 꺼낸 말도 평양냉면이었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편한 맘으로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영국 가디언은 “평화의 상징이 비둘기에서 평양냉면으로 바뀌었다”는 보도를 했다. 또한 미국 CNN도 “한국의 ‘냉면 외교’에 대해 알아보겠다”며 북한 옥류관을 소개하기도 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회복되고, 계절 특수성에 따른 평양냉면의 인기와 더불어 다시 평화의 상징이라는 수식어를 회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렇게 정치적 분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평양 옥류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와 오찬을 하고 있다. 2018.09.19/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