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홈런왕’ 본즈, MLB 명예의 전당 입성 또 무산

커트 실링, 로저 클레멘스도…신규 헌액 한명도 안나와

한 명도 선택하지 않은 ‘백지 투표’도 14장…0표는 5명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 ‘핏빛 투혼’의 주인공인 커트 실링과 메이저리그(MLB) 홈런 기록을 보유한 배리 본즈,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 모두 MLB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75%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MLB닷컴과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27일 2021 MLB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투표 대상이 된 후보 25명(기존 14명, 신규 후보 11명)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건 실링이었다.

하지만 실링도 71.1%(285표) 득표에 그쳐, 명예의 전당 헌액 기준 75%를 밑돌았다. 명예의 전당 입성에 16표가 부족했다.

본즈는 61.8%(248표), 클레멘스는 61.6%(247표)의 지지를 얻었다.

MLB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단 한 명도 헌액 기준을 넘지 못한 건, 2013년 이후 8년 만이다.

MLB닷컴은 “1960년 이후 51년 만에 ‘MLB 명예의 전당 멤버가 추가되지 않았다”고 설명을 보탰다.

BBWAA 투표에서 명예의 전당 헌액 기준 75%를 넘은 후보가 없었던 2013년에도 ‘심판’ 행크 오데이 등이 베테랑 위원회 심사를 통해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아직은 2021년 명예의 전당 베테랑 위원회 심사가 예정돼 있지 않다.

명예의 전당 후보는 최대 10차례 투표 대상자가 된다.

실링과 본즈, 클레멘스는 9번째 투표에서도 75%를 넘지 못했다. 남은 기회는 2022년 단 한 차례뿐이다.

사실 3명은 성적만 보면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 입성이 가능한 슈퍼스타다.

하지만, 3명 모두 득표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실링은 빅리그에서 개인 통산 20시즌 동안 216승 146패 2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3.46을 올렸다.

6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3차례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다.

특히 2004년에는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발에 피가 나는 상황에서도 역투하며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스토리’도 만들었다.

하지만 실링은 무슬림 차별 발언과 성 소수자를 조롱하는 등 은퇴 후 과격한 행보로 비판받았다.

실링은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가 나오자 “차라리 내 이름을 후보 명단에서 제외하라”라고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본즈와 클레멘스는 ‘약물 이력’이 발목을 잡았다.

본즈는 MLB 통산 홈런 1위(762개), 볼넷 1위(2558개)에 오른 빅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다.

클레멘스는 통산 다승 9위(354승), 통산 탈삼진 3위(4672개), 통산 투구이닝 16위(4916⅔이닝)에 올랐다.

본즈는 7차례 리그 최우수선수(MVP), 클레멘스는 7차례 사이영상을 각각 수상하는 등 기록 면에서는 쿠퍼스타운 입성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둘의 금지약물을 복용한 이력을 비판적으로 보는 ‘유권자’가 많았다.

실링, 본즈, 클레멘스도 75%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2021년 명예의 전당 투표는 역대 9번째로 ‘한 명의 입회자도 배출하지 못한 투표’로 남았다.

단 한 명도 선택하지 않은 기자도 14명이다. ‘백지 투표’ 14장은. 2006년 12장을 넘어선 ‘최다 기록’이다.

명예의 전당 후보 자격을 잃은 이는 8명이었다.

명예의 전당은 10차례 투표 대상자가 되거나, 한 번이라도 5% 미만의 득표율을 보이면 후보 자격을 박탈한다.

아라미스 라미레스가 1%(4표)에 그쳐 후보 자격을 잃었고, 라트로이 호킨스도 2표(0.5%)만 얻었다. 배리 지토에게 투표한 유권자도 한 명(0.2%)뿐이었다.

A.J. 버넷, 마이클 커다이어, 댄 하렌, 닉 스위셔, 셰인 빅토리노는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확산 위험 탓에 명예의 전당 헌액식이 열리지 않았다.

올해 7월로 예정된 명예의 전당 헌액식은 2020년, 2021년 투표 통과자들이 참석하기로 했다.

그러나 추가 헌액자가 나오지 않아, 2020년 투표에서 기준을 넘은 데릭 지터와 래리 워커만이 헌액식에 참여한다.

배리 본즈 [EPA=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