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임금 올리면 우리도 올려야”

WSJ “미국 노동시장서 임금·수당 결정하는 기준 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미국 저숙련 노동 시장에서 임금·수당의 척도로 떠올랐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아마존은 이미 전통적 소매 업종에서 기존의 사업 관행을 깨뜨리며 변화를 몰고 와 ‘아마존 효과’라는 용어를 낳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마존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유통 영역을 넘어 미 전역의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이나 지역 구직 시장, 노동 기준 등에 파급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2017년 아마존이 신시내티 국제공항과 항공 허브를 개설하는 15억달러(약 1조7574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뒤 이 지역에서 아마존의 영향력은 크게 확장됐다.

이 지역에서 제조업체에 창고·물류·포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버스트 로지스틱스의 최고경영자(CEO) 폴 버스트는 건물 공사비가 제곱피트당 30달러에서 90∼100달러 선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건물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버스트 CEO는 또 아마존과 경쟁하기 위해 최근 직원 급여를 시간당 3달러 인상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은 16∼19달러 수준으로 올랐고, 직원을 붙잡아 두기 위해 직원에게 생일 축하카드를 직접 쓰는 등 친분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도 시간당 20달러 이상을 주고, 채용 계약 때 1000달러를 바로 지급한다는 아마존으로 몇몇 직원이 옮겨갔다.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의 인력개발 공무원 제시 매크리는 “아마존은 규모의 경제를 지녔다”고 말했다.

매크리는 “그들은 규모와 이름의 인지도 때문에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소규모 업체들보다 더 많은 급여를 줄 여력이 된다”며 “그들이 움직이면 대기업들도 주목하게 된다”고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컴벌랜드카운티에선 물류업체 UPS, 대형 농산물 회사 카길, 애완동물 사료 업체 추이와 아마존이 구직자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에선 실업자 1명당 2개의 일자리가 있는데 아마존이 2018년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린 뒤 ‘급여 전쟁’이 격화됐다.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81번 고속도로변에는 채용 보너스와 ‘즉시 채용’이라고 광고하는 기업들 간판이 줄지어 서 있다.

경쟁업체들은 업무 부담을 줄여주거나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등의 특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만명의 직원을 둔 아마존은 직원들이 각기 다른 시간에 일하게 하기도 쉽다.

아마존은 올해 9월 말 기준 직원이 약 140만명으로, 여기에 보태 매년 수십만명을 채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몇 년 뒤면 미국 최대 고용주인 월마트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인트로마내저린대학의 린 리저 교수는 “(구직자) 모두가 구인 제안을 비교한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아마존을 벤치마크(기준)로 삼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