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 “삼성·SK, 반도체 지원금 받으려면 어린이집 지어라”

1억5천만불 이상 신청기업에 직원·건설노동자 보육지원계획 제출 요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받으려면 여러 조건 중 하나로 사내 보육시설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연방 상무부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의 반도체 생산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에 공장 직원과, 공장을 건설하는 노동자를 위한 보육 지원 계획을 요구할 계획이다.

반도체지원법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을 위해 총 390억달러(약 50조원)의 지원금을 책정했으며 28일부터 보조금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여기에는 공장이나 건설 현장 인근에 사내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지역에 있는 보육 사업자에게 더 많은 어린이를 수용하도록 돈을 내거나, 직원에게 직접 보조금을 주는 방안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케이틀린 레가키 상무부 공보 담당은 “보육 서비스는 저렴하고 쉽게 사용 가능하며 믿을 수 있고 양질이어야 한다”며 “이런 조건 안에서 기업들은 직원과 지역 사회의 필요를 반영하기 위한 충분한 유연성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가 보육 서비스를 요구하는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등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육성하는 데 아이 돌봄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장을 돌릴 노동자 확보가 관건이지만 많은 미국인이 보육 비용 부담 때문에 일터로 나서는 대신 집에 남아 자녀를 직접 돌본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 미국 35개 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보육 서비스 공급이 잠재 수요보다 약 300만명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보육 산업 종사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오히려 약 5만8000명(5%포인트) 감소한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는 당초 작년 ‘더 나은 재건 법안’에 보육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담으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뉴욕타임스 기사를 연결하고서 “우리가 노동력을 더 확보하지 않는 한 반도체지원법은 성공할 수 없으며 저렴한 보육 서비스 없이는 노동력 확보가 불가능하다.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에 노동자를 위해 저렴한 보육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려고 하는지 알려달라고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