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뿌리’ 혈관세포 문지기 찾았다

지방조직 혈관벽의 FIPs 간세포, 만성염증 신호 생성 확인

염증 완화 FIPs 신호 물질도 발견…’네이처 신진대사’ 논문

우리 몸에서 쓰고 남은 열량(calorie)은 백색지방 조직(WDT)에 중성지방(triglycerides) 형태로 쌓인다.

이런 중성지방은 콜레스테롤과 함께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의 주요 원인 물질로 꼽힌다.

비만한 사람은 대개 중성지방이 너무 많다. 그래서 지방세포가 죽기 시작하고 면역세포가 활성화해 염증으로 이어진다.

지방세포 주변에 생기는 이런 저강도 만성 염증은 여러 가지 비만 관련 질환의 요인 중 하나다.

지방 조직에 만성 염증을 촉발하는 특정 세포 유형과 작용 기제를,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TSW)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관련 논문은 저널 ‘네이처 신진대사'(Nature Metabolism)에 최근 실렸다.

2일 미국 과학진흥협회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발견은 비만 관련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 주목된다.

연구를 주도한 라나 굽타 내과학 부교수는 “비만한 사람의 지방 세포 염증은, 과체중과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암, 당뇨병, 심장질환, 감염증 등의 중복 이환과 관련돼 있다”라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지방조직 염증의 초기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일부 이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관련 연구의 초점은, WAT의 지방세포와 면역세포가 생성하는 신호 물질 중에서 염증 유발 가능성이 있는 것들에 맞춰졌다.

하지만 굽타 교수 연구팀은 WAT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집중해서 연구했다. 연구팀은 2018년 생쥐 실험에서 이런 혈관의 내벽을 싸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세포를 발견했다.

지방 간세포(APCs)에 속하는 섬유 염증성 간세포(FIPs)였는데 다른 대부분의 APCs와 달리 염증 신호를 생성했다. APCs는 나중에 지방세포로 자라는 일종의 전구세포다.

생쥐 실험에서 28일간 고지방 먹이를 줬더니, 전체 APCs 가운데 FIPs의 비중이 확연히 커졌다.

FIPs가 지방 조직의 초기 염증을 조절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한다는 건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고지방 먹이를 준 실험군에서, FIPs의 염증 신호 유전자(Tlr4)를 제거한 생쥐는 다른 생쥐와 비슷하게 체중이 늘면서도 염증 수치는 더 올라가지 않았다.

이런 생쥐는 오히려 백색지방 조직의 염증성 분자 수치가 저지방 먹이를 준 생쥐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구팀은 나아가 FIPs의 관련 신호 물질(ZFP423) 수위를 높이면 지방세포의 염증이 완화된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 신호 물질의 발견은 비만 관련 질병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굽타 교수는 “ZFP423가 염증 초기에 FIPs의 신호를 억제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면서 “물론 인간도 똑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할지는 앞으로 확인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CD8+ T세포(적색)는, 비만한 생쥐(하단)보다 비만하지 않은 생쥐(상단)의 종양(청록색)에 더 많다. [하버드의대 Ringel 등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