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자 자녀, 부모없이 호텔 구금

ABC 뉴스 “코로나19 기간 어린이 577명 가둬”

한살배기도 포함…민간 계약업체가 관리 대행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불법이민자를 추방하는 과정에서, 이민자 자녀를 부모 없이 최장 수개월 간 호텔에 구금(detain)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중에는 한 살배기 영아도 포함됐다.

ABC뉴스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원이 지정한 비영리기구 ‘이민자 청소년 모니터’는 27일 낸 보고서에서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4월부터 7월말까지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이민자 자녀 577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기준 25개 이상의 호텔에 수용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법은 무단으로 국경을 넘는 아동을 주정부로부터 허가받은 시설에서 학교 교육 및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 이후 입양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어기고 호텔에 불법 구금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국에 따르면 이민자 아동은 정부 지정 호텔에서 4시간마다 진료와 체온 검사를 받고, 하루 세 번 지역 식당에서 나오는 식사와 간식을 제공받는다. 이들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반응을 보인 후에야 호텔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이민세관국(ICE)은 “민간 계약업체인 MVM의 ‘운송 전문가들'(transportation specialists)이 호텔에서 아이들을 돌본다”면서 “이들은 ‘미성년자의 이동이나 체류 등 모든 측면이 법에 준수되도록 훈련받은 집행요원”이라고 설명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들에 대한 FBI 신원조사 여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자녀들과 함께 호텔에 억류됐던 아이티 출신 한 남성은 “이민자 구금 시설에 비해 시설은 월등히 좋았지만,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전화기를 빼앗고 친척에게 전화를 걸 때마다 감독하는 정부 관계자에 물어봐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하청업체 직원들이 방에 항상 머물며 가족들이 화장실을 갈 때마다 화장실 문을 열어 놓으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호텔 측은 이민자 아동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얼음을 계속 먹으라고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열 증상이 있으면 탑승이 거부되는 이민자 추방 비행기에 태우기 위해서다. 이는 ‘인공 냉각 장치를 이용해 개인의 체온을 바꾸지 않는다’는 ICE 규정에도 위반된다고 ABC뉴스는 지적했다.

이에 미국 야당인 민주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아동학대’라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는 텍사스주 매캘런 호텔에 억류된 아동들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텍사스 국경에서 이민자들을 단속하는 미국 국경순찰대원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