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공화당원 “트럼프 싫어서 바이든 지지”

로이터 “링컨 프로젝트에 억만장자 참여…선거판도 바꿀 수도”

보수 성향의 미국 부유층들이 올 11월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낙선시키기 위해 속속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4일 워싱턴발 기사에서 “그간 집권 공화당을 지지해온 부유층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가치와 국익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공화당 소속 선거전략가 10여명은 ‘링컨 프로젝트’란 이름의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을 조직해 트럼프 대통령 낙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월마트 상속인 크리스티 월튼과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 창업자 앤디 레들리프, 울버린 석유·가스 이사회 의장 시드니 잰스마 주니어 등이 이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린 억만장자들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6년 대선 때도 공화당 내에선 ‘네버 트럼프'(Never Trump)’라는 낙선 운동이 있었지만, 올해는 기부액과 규모면에서 차원이 다르다”며 “선거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망하고 있다.

‘링컨 프로젝트’의 경우 작년 말 설립 이후 지금까지 2000만달러(약 241억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올 6월에만 5520만달러(약 632억원)를 모금한 트럼프 대통령 캠프의 선거자금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지만, 특정 후보를 겨냥한 낙선 운동 모금액으론 역대 최고치에 가깝다.

이 프로젝트에 3만5000달러(약 4214만원)를 기부한 레들리프는 자신을 “보수적 자유주의자”라고 소개하며 “바이든은 내가 투표한 첫 번째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네시주에서 대형 농장을 운영하는 지미 토시(70)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총기 소유와 세금 인하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대부분에 동의하지만 ‘거짓말쟁이’가 공화당의 장기적 건전성을 위협하는 건 참을 수 없다”며 “트럼프가 사라질 때까지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토시는 “난 평생 공화당원이었고, 계속 공화당원으로 남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3년간 행보를 볼 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내 일부 과격파 인사들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당원들도 그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며 일부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을 축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로이터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백인 경찰관의 ‘과잉진압’ 과정에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불거진 인종 간 긴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 경제 위기 등 다양한 현안들에서 공화당을 포용하지 못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