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19 위기에 달러화 2년래 최저

“코로나19 통제 실패로 경제 회복세 뒤쳐질 것” 전망 확산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에 고전하면서 미 달러화가 27일 2년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달러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였던 지난 3월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3년반래 최고치를 기록했던 달러는 세계의 초점이 펀더멘털(기초체력)으로 전환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산 통제에서 전 세계 대다수 국가에 뒤쳐져 있고 이와 맞물려 경제 회복세는 유럽을 포함해 다른 나라에 뒤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달러는 미국의 적자 확대 및 초저금리 지속 전망에도 반응하고 있다.

이번 달부터 달러는 유로화 대비 4.9% 평가절하됐다. 유럽연합(EU) 경제가 미국을 능가할 것이란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에 대해선 2.5%, 스웨덴 크로나엔 4%, 뉴질랜드 달러에 대해선 4% 하락했다.

신흥시장에선, 브라질 헤알화가 달러 대비 6% 이상, 멕시코 페소가 4.9% 상승했다. 중국 위안화는 약 1% 올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3.77% 하락 했다. 이는 3.85% 하락했던 2011년 4얼 이후 월간 최대폭의 하락이다.

월가의 저명한 환율 전략가인 옌스 노르드빅 엑산테데이터 창업자는 “어떻게 보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다”며 “달러는 6년 간 강세였는데 이제는 조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유로 환율은 단기적으로 1.20달러/유로에 도달한 뒤 1.30~1.35달러/유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올초에 1조달러 수준으로 시작했다가 팬데믹에 대응하면서 수조 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이 ‘제로’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이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하고, 연준은 국채와 다른 자산을 매입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 약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르드빅은 “우리는 세계 경기 회복세를 보고 있고, 일부 국가들은 잘하고 있다. 미국은 브라질과 더불어 최악이 국가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통제 실패는 보다 많은 기업들이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재정적자 그리고 재정적자의 화폐화(monetizing the deficit)는 전 세계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 재정적자는 2020회계연도(2019년10월~2020년9월)의 첫 9개월 동안 2조70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노르드빅은 또 전 세계에서 감염병 위기에 대응해 부양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고 전했다.

달러 약세는 금값 고공행진에 기여하고 있다. 금값은 이날 선물시장에서 온스당 1941.9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선 7.2% 상승했다. 8월물 금선물 가격은 1.8% 올랐으며, 사상 최고가인 온스당 1931.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과 인플레이션 우려 그리고 달러 약세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