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 대유행 기간 살인 30% 급증

FBI 작년 범죄 통계 발표…전체 폭력사건도 4년 만에 첫 증가세

총기구매 급증, 조지 플로이드 사건 따른 경찰 신뢰 추락도 영향

지난 3월 콜로라도주 총기 난사 사건 현장
지난 3월 콜로라도주 총기 난사 사건 현장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한 지난해 미국에서 살인 사건이 30% 가까이 급증했다.

연방수사국(FBI)은 27일 이러한 내용의 2020년 범죄 통계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FBI에 따르면 지난해 살인 사건은 2만1570건으로 2019년과 비교해 29.4% 늘었다. 이는 1960년 범죄 통계 기록을 작성한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NYT는 “살인 사건의 현저한 증가는 코로나 대유행 시기와 일치하고 전염병 사태가 살인 사건 급증에 의심할 여지 없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코로나 사태가 사람들의 경제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불안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사회적 갈등과 범죄를 부채질했다”고 진단했다.

NYT는 범죄 전문가의 FBI 보고서 분석을 인용해 살인 사건이 미국 주요 도시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폭력 범죄 증가율을 보여주는 FBI 자료
지난해 폭력 범죄 증가율을 보여주는 FBI 자료 [FBI 홈페이지 캡처]

반면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가 전체 살인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3.8%였으나 지난해에는 그 비율이 3.8%로 줄었다.

네브래스카 대학의 저스틴 닉스 범죄학 부교수는 “전반적인 범죄는 감소했으나 살인은 거의 모든 곳에서 크게 늘었다”며 “이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럴드 메디나 앨버커키 경찰서장은 살인 급증은 “퍼펙트 스톰”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대유행 시기 총기 판매량이 많이 늘어난데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따른 경찰 신뢰도 추락도 살인 사건 급증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지목했다.

범죄 분석가 제프 얘셔에 따르면 10년 전 총기 소지자의 살인 사건은 67%였으나 작년에는 77%로 늘었다.

또 지난해 총에 맞아 숨진 사람은 전체 살인 사건 희생자 3명 중 2명꼴이었다.

닉스 부교수는 백인 경찰의 폭력에 희생된 플로이드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경찰을 덜 믿게 됐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살인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사관에게 제공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도 약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