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명에 등장한 ‘니그로, 차이나맨’

원주민·흑인·중국계 비하·경멸하는 인종차별 단어 여전

‘니그로'(Negro), ‘스쿼'(Squaw), ‘차이나맨'(Chinaman).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6일 연방 내무부 산하 지명위원회(BGN) 자료를 인용해 미전역의 마을과 호수, 하천 등에 인종차별적인 지명이 여전하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선 지난해 전역을 휩쓴 인종차별 항의 시위 사태가 발생한 뒤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군의 상징물을 없애고 인종차별주의자의 이름을 딴 공공건물 명칭을 변경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BGN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원주민 여성을 경멸하는 뜻을 담은 ‘스쿼’라는 말이 들어간 지명이 799곳이다. 원주민 남성을 모욕적으로 부르는 ‘레드맨'(Redman)이 사용된 지명도 82곳이다.

또 흑인을 비하하는 ‘니그로’라는 단어가 들어간 지명이 621곳이었고, 비슷한 의미를 지닌 ‘다키'(Darkey) 용어를 쓴 곳이 7곳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계 미국인 남성을 모욕적으로 부르는 ‘차이나맨’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지명은 29곳이었다.

멕시코계 미국인을 겨냥해서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인 리오그란데강을 헤엄쳐 밀입국한 사람이라는 뜻의 ‘웨트백'(Wetback), 정비공처럼 기름칠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그리저'(Greaser)라는 단어가 들어간 지명도 있다.

유럽계 백인 중 폴란드 후손을 경멸하는 표현인 ‘폴락'(Polack),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데이고'(Dago)라는 단어가 사용된 지명 역시 있다.

연방 정부는 과거 인종차별적 지명을 변경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도 곳곳에 흔적이 남은 셈이다.

일례로 내무부는 1963년 지도상 모든 연방 지명에서 흑인 비하 단어를 의미하는 ‘N-word’를 삭제하도록 했다. 이후에는 일본인을 모욕하는 표현인 ‘잽'(Jap)을 없애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악시오스는 정부에 이름 변경을 제안할 창구가 있지만 현지인들은 자신이 수세대 동안 모여 살았던 장소에 대한 향수 탓에 이들 지명의 본질을 간과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뎁 할랜드 내무부 장관이 미국 원주민계 중 처음으로 내각에 기용된 것은 지명 변경 노력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한다.

다만 내무부 대변인은 인종차별적 지명에 대한 금지나 다른 조처가 검토되고 있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원주민계 중 처음으로 장관 오른 뎁 할랜드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