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 흑인 표기시 대문자 ‘B’ 사용 확산

AP통신 “인종평등 화답…백인도 대문자 사용 논의중”

아시아·라틴계는 이미 대문자 표기…인종 정체성 존중

영어로 흑인을 지칭하는 단어인 ‘블랙'(Black)을 표기할 때 첫 알파벳인 ‘비'(B)를 대문자로 바꾸는 미국 언론이 늘고 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 사태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한 가운데 이들의 인종 정체성을 존중하려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뉴스통신사인 AP통신은 19일 흑인을 ‘블랙’이라고 표기할 때 첫 알파벳 ‘비’를 대문자로 적기로 기사 작성 지침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 지침은 지역 구분 없이 모든 흑인 표기에 적용되고, 소문자로 쓰는 블랙(black)은 사람이 아닌 색깔을 표현하는 단어에 사용하기로 했다.

AP는 “인종적, 민족적, 문화적 의미에서 흑인으로 식별되는 사람들의 역사, 정체성, 공동체에 관한 본질적이고 공유된 인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AP는 특정 지역에 원래부터 거주한 사람을 뜻하는 원주민(Indigenous)의 첫 알파벳 ‘아이'(I)도 대문자로 쓰기로 했다.

AP는 기존에 라틴계(Latino), 아시아계(Asian American), 인디언 등 북미 원주민(Native American)을 표기할 때 첫 알파벳을 대문자로 사용했다.

흑인의 경우 아프리카계(African American)라고 지칭할 때는 대문자를 활용했지만 ‘블랙’이라고 할 때는 소문자로 표기했다.

AP는 백인을 지칭하는 단어인 ‘화이트'(white)의 첫 알파벳 ‘더블유'(w)는 소문자로 쓰지만 이 역시 대문자로 바꿀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더힐을 포함해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USA투데이, NBC뉴스, 버즈피드, 포브스 등은 이미 ‘블랙’ 표기 시 대문자를 쓴다.

더힐은 인종 평등과 경찰의 잔혹행위, 체계적인 인종차별주의가 최근 몇 주간 국가적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좀 더 포괄적으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말했다.

더힐은 이런 움직임을 약 100년 전 미국 흑인인권지위향상협회(NAACP)가 흑인의 또다른 표현인 ‘니그로'(negro)에서 첫 알파벳 ‘엔'(n)을 대문자로 바꿔 달라며 언론사에 편지쓰기 운동을 벌인 것과 비교했다.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로 ‘검은색’을 뜻하는 니그로는 미국에서 흑인을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노예제, 인종 차별과 연관 짓는 단어라는 비판이 제기돼 1970년대 초 이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아프리카계’, ‘블랙’이라는 말로 대체됐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인종차별과 경찰의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