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 패권 우습게 보더니…”

금융제재 조롱하던 홍콩 관리들 현실로 닥치자 ‘공포감’

캐리 람 행정장관 신용카드 막혀…경찰총수는 계좌 변경

미국 재무부가 홍콩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이유로 중국 본토 및 홍콩 고위 관리 11명을 대상으로 한 금융 제재를 시행한 이후 제재의 효과가 서서히 미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제재 대상 관리들은 미국 내 자산이 없어 금융 제재가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 “100달러를 부쳐 동결하게 할 수 있다”(뤄후이닝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 주임)는 식으로 태연한 모습을 보였는데 미국의 제재가 이미 이들의 일상에까지 일정한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홍콩 부동산 등기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금융 제재 대상자 11명 중 한 명인 크리스 탕 경무처장이 지난 4일 아파트 담보 대출 계좌를 HSBC에서 중국 본토 금융기관인 중국은행 홍콩지점으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미국 재무부의 금융 제재가 발표되기 사흘 전이다.

탕 처장은 지난 2017년 3월 41㎡ 넓이의 이 집을 625만 홍콩달러(약 9억5천만원)에 샀다.

그는 미국의 제재 발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외국의 제재는 내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모기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택담보 대출 계좌 이전은 적어도 두 달이 걸려 탕 처장은 지난 6월께 계좌 이전 절차를 시작했을 수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최근 중국의 대외 선전용 방송인 CGTN과 인터뷰에서 자신에게는 무의미한 일이라면서도 신용카드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람 장관은 “우리는 일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지만 그것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관들과 연결되는지 모르겠다”며 “신용카드 사용에 다소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 계속 접근하기 원하는 미국 및 다른 곳의 은행들이 계좌를 폐쇄하거나 신용카드를 취소하는 가운데 탕 처장의 계좌 이전은 미국이 제재 대상자와 그 가족의 일상생활을 힘들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홍콩자치법은 홍콩의 자율성을 저해한 인물들과 ‘중요한 거래’를 하는 제3국 은행들도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재무부에 부여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거래’의 개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홍콩 금융기관들은 제재 대상자들과 거래했다가 자칫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될까 우려한다.

경제 제재 분야 전문가인 홍콩의 니콜라스 터너 변호사는 SCMP에 “홍콩 금융기관들이 ‘중요한 거래’의 정의와 관련해 미국 재무부의 추가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금융기관들은 글로벌 금융망을 주도하는 미국의 제재와 이를 무시하라는 홍콩 정부의 상충하는 요구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적인 상황에 빠져 있다.

최근 홍콩의 실질적인 중앙은행인 금융관리국(HKMA)은 미국 정부의 제재가 유엔을 통과한 국제 제제에 해당하지 않아 홍콩에서 법률적 효력이 없다면서 미국의 제재 목록에 오른 고객을 ‘공평하게’ 대하라고 요구했다.

크리스 탕 경무처장 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 전경 [SCMP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