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한국도 “중환자실 병상 없다”

코로나 환자 급증에 ‘병원 붕괴’ 위기…독감까지 겹쳐

미국서 19일 연속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 최다 기록

하루 1천명 확진자 나온 한국 중환자 병상 45개 남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막 시작한 미국에서 확진자 수가 연일 기록적인 수준으로 쏟아지면서 병원 의료체계가 붕괴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는 전날 11만3000명 가까이 발생하는 등 19일 연속으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누적 사망자 수는 31만1000명을 넘어섰으며, 하루에만 3850명 넘게 사망하기도 하는 등 심각한 수준이다.

로이터 자체 통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내 신규 확진자 수는 23만9000명 이상으로 집계돼, 일일 신규 확진자 수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 미국 내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 100% 근접

보건 전문가들은 중환자실(ICU)이 환자로 가득 차고 병원은 복도에 병상을 마련하는 상황이라 올겨울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선 ICU의 병상 가동률이 100%에 근접해 또 다른 봉쇄령을 내리기도 했다.

조지아주의 대표 병원인 그래디 병원은 이날 중환자 병상이 모두 차 새로운 입원 환자를 받지 못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도 브리핑을 통해 ICU 병상이 모두 다 찼다고 전하면서 “우리가 준비한 병상 수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평균 242명으로 집계돼 전주보다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의료체계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샌프란시스코 보건국장 그랜트 콜팩스 박사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ICU 병상 총 286개 중 207개가 이미 사용되고 있다면서 “상황이 매우 위협적”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앞으로 몇 주간 상황이 매우 심각해질 것이며, 지역 내 병원의 ICU 가동률 역시 높아질 것이라 경고했다.

미 CBS 방송은 캘리포니아 지역 내 ICU 병상 가동률이 97%에 이르렀으며, 일부 지역에선 89.7%에서 100%까지 도달한 곳도 있다고 전했다.

◇ 한국은 중환자 병상 45개 남아…수도권은 4개 뿐

한국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 발생하면서 전국 중환자 병상은 전국 45개, 수도권은 4개 병상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이를 위해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연말까지 45개 병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18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하루 1000명의 환자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을 감당할 수 있도록 병상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 13일 생활치료센터 4905병상, 감염병전담병원 2260병상, 중증환자치료병상 287병상을 내년 초까지 단계적으로 확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현재까지 생활치료센터는 13개소 3153병상, 감염병전담병원은 9개소 353병상, 중환자 병상 및 준중환자 병상은 55병상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지난 17일 기준 생활치료센터의 가동률은 전국 45%, 수도권은 43% 수준으로 낮아졌다. 감염병 전담병원의 가동률은 전국 65%, 수도권 77% 수준으로, 수도권의 경우 약 5100여 명이 수용가능하다.

중환자 병상은 전국 45병상, 수도권 4병상이 남아 있으나,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연말까지 추가로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대학교 병원 20병상, 분당 서울대병원 9병상, 강원대학병원 16병상 등이다.

병상 전체 혹은 일부를 소개해 코로나19 환자만을 전담 치료하는 중환자 병상, 준-중환자 병상, 중등증 환자 병상을 갖춘 병원을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지정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 “의료체계 붕괴 막기 위해선 백신 접종 확대 필요”

로이터통신은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 확대가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1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을 승인받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은 지난 13일부터 접종이 시작됐다.

모더나의 백신도 긴급사용 승인을 코앞에 둔 상황이다. 미 보건당국은 590만 회 분량의 모더나 백신을 각 주 정부에 배당했으며, 이번 주말부터 전역에 보급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확진자 수가 급증해 백신 접종이 시급하지만, 미국 전 지역에 폭넓게 배포되려면 몇 달은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국인 상당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든 기간이 약 11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불신을 나타내며 접종을 망설인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백신 접종 대상 1순위 중 하나인 의료진도 백신에 대한 태도가 엇갈린다. 이미 백신을 접종했다는 미국 한 의료진은 “동료 중 일부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고, 일부는 백신을 빨리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플로리다주 한 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