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속에 죽어가는 미국 교도소 수감자들

‘팬데믹 사각지대’ 사망자 50% 급증…정부는 통계도 없어

밀집시설·죄수 고령화·인력 부족·의료장비 미비 복합 원인

팬데믹기의 미국 일리노이주 교도소
일리노이주 교도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 미국 교도소에서 사망한 이들의 수가 그 전보다 50% 정도 늘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법학 연구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연방, 주 교도소에서 2020년 숨진 이들은 최소 6182명이었다.

이는 코로나19가 미국에서 유행하기 전인 2019년에 발생한 교도소 사망자 4240명보다 1888명 많았다.

교도소 내 사망자의 증가율은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인구의 사망 증가율의 2배 정도였다.

특히 수감자 사망률은 코로나19 유행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요양원의 사망 증가율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감자의 사망 증가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계속된 2021년에도 계속된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집계에는 코로나19 감염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 자살, 폭력에 따른 사망 사례도 포함됐다.

NYT는 수감자 사망 급증의 원인으로 밀집시설 내 바이러스의 빠른 전파, 죄수 노령화, 교정인력 부족, 의료장비 미비를 거론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수감생활을 한 테리사 베보는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숨진 이들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베보는 “이들 대다수는 사형 선고를 받고 감방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지만 죽어갔다”고 덧붙였다.

연방 법무부는 코로나19 유행기에 교도소 내 보건 위협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NYT는 법무부가 교도소 내 보건과 안전을 수년간 점검해왔으나 2019년 부처 내 정책 변화로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 뒤로 수감자 사망과 관련해 제대로 된 통계도 유지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UCLA 연구진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연방 정부, 49개 주 정부에서 행정정보 공개 청구 등으로 수감자 사망자 수, 연령, 사인 등을 수집해 자체 통계를 구축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애런 리트먼 UCLA 법학 교수는 “국민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수감한 기관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우리가 국민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한다”며 “불행히도 이는 결코 적절한 수준이었던 적이 없었으며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