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본사까지 갔는데…”최선 다하겠다” 답변 듣고 빈손 귀국

한국 강도태 복지부 2차관 등 4명 미국방문했지만 공급 확답 못받아

모더나, 주말에 공급계획 통보…구체적 내용 따라 비판 목소리 커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 문제가 발생한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를 직접 방문했지만, 빈손으로 귀국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주말로 예정된 모더나 ‘백신 공급 계획’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없을 경우 굳이 미국까지 가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모더나에 미공급 백신 물량 9월 초까지 달라 요청”

정부는 미국 모더나를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수급 문제를 논의할 때 7~8월 미공급 물량을 9월 초까지 제공할 것과 공급 일정을 통보할 것을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모더나에 7~8월 미 공급된 물량을 가급적 9월 초까지 제공할 것과 공급 예정 시기를 앞당기고 구체적인 공급 일정을 조속히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모더나가 주말까지 관련 일정을 통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도태 1총괄조정관은 “(모더나에) 지금까지 통보된 물량보다는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고, 계획된 공급 물량을 고려해서 최대한 조기에 많은 물량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모더나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얘기를 했고, 공급 차질 문제도 해소돼 가고 있고 앞으로 한국 정부와의 신뢰 관계도 중시한다고 답변했다. 이번 주까지 그 물량에 대해서 통보해 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모더나 사의 공급과는 무관하게 50대 이하 연령층의 예방접종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하며, 전 국민의 70% 이상 예방접종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제2차관, 류근혁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등 4명으로 구성된 정부 출장단은 지난 13일 출국해 미국서 모더나 본사 측과 협의를 진행한 뒤 15일 귀국했다. 이번 방문은 모더나의 갑작스러운 공급 물량 축소 통보 및 입장 번복에 따른 조치다.

모더나는 우리 정부에 “공급 차질 원인은 협력 제조소에서 발생한 제조 실험실 문제”라며 “현재 해결돼 7월 물량이 점진적으로 출하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중대본 “안정적 백신 수급 위해 공여·스와프 등 다양한 방법 강구”

강도태 1총괄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백신 스와프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백신 스와파는 포괄적 백신 협력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를테면 우리나라가 특정 국가로부터 백신을 긴급하게 공급받으면, 향후에 해당 국가에 백신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델타형(인도) 변이 확산 등으로 인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길어지고 있지만, 백신 공급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모더나로부터 7월에 이어 8월 물량도 공급 차질을 통보받았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호주는 폴란드에서 화이자 백신 100만회분을 현금으로 구입했다고 전해져 화제를 모았다. 앞서 우리 정부도 지난 7월 7일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유통 기한이 7월 말로 임박한 화이자 백신 70만회분을 백신교환(스와프) 협약을 통해 공급받았다. 이 물량은 9월부터 11월까지 순차적으로 반환한다.

◇정부 “모더나와 삼바 위탁생산분 국내 공급 지속 협의”

정부는 미국 모더나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하는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우선 공급 방안을 계속 협의할 계획이다.

강도태 1총괄조정관은 이번 방미기간 중 모더나사에 “정부 측은 백신 공급 안전성 확보 차원, 유통 과정 효율화 측면에서 국내 위탁생산 물량이 국내 공급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위탁 생산과 여러 품질검사, 허가 등 절차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모더나와 백신 위탁생산계약을 맺었다. 이에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백신 수억회분을 생산하기로 한 상황이다. 국내로 곧바로 공급되는 게 아니라 해외에 우선 유통된 뒤 배분을 받는 방식이다. 정부는 그동안 삼성바이오 관련해서도 같은 협의를 하겠다고 밝혀왔다.

◇미국 갔지만 확답 못받아…주말 일방적 통보에 매달릴 판

이날 브리핑 내용을 종합하면 정부는 모더나로부터 최선을 다하겠다는 형식적인 대답만 듣고 돌아왔다. 정부 고위 층이 미국까지 찾아갔지만, 확답을 듣지 못하고 빈손 귀국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백신 공급사에 유리한 조항이 담긴 계약서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신 공급에 대한 계약서 내용에 대해 정부는 줄곧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향후 관심은 모더나가 이번 주말 정부에 통보할 예정인 백신 공급 계획이다. 9월 초까지 공급되지 않은 백신 물량을 달라는 정부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비판 목소리를 더욱 커질 전망이다. <뉴스1>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