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뒤 2달간 심각한 경제위기 우려”

취약계층 지원책 올해말 종료…양당 갈등으로 부양책 ‘스톱’

‘통치 공백’+코로나 대유행에 행정부·의회 동시 레임덕 예고

3일 대선이 치러지고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1월20일까지 두 달여 간 미 행정부와 의회의 ‘통치 공백’으로 미국이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논조인 이 신문은 이번 대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경제활동이 둔해지는 겨울철과 겹쳤다면서 미국이 직면하게 될 최악의 경제 상황을 그렸다.

특히 이번 대선이 높은 사전투표율로 당선자가 바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대선 뒤 불확실성 속에 경제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미국 역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여행, 항공, 관광, 요식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WP는 “닥쳐올 미국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졌을 때 선거 다음날부터 차기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20일까지 무슨 일을 할지다”라며 “실내 활동이 많은 겨울인 이 시기에 코로나19가 온 나라를 다시 휩쓸게 될 수도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연방정부가 주마다 실직자 수백만 명에게 지급하는 긴급 보조금은 수개월째 끊겨 다음달 중순께나 재개될 예정이다.

1000만명의 임시직에게 제공된 사회보장 지원 프로그램도 의회와 정부가 합의해 추가로 연장하지 않으면 올해로 종료된다.

미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임대료 유예도 올해 말 끝나기 때문에 이 혜택을 받은 3000만∼4000만명이 내년 1월 밀린 임대료를 내지 못하면 길거리에 내쫓길 수도 있고 집에 먹을 게 충분하지 않다는 가구의 비율도 급증세라는 조사도 나왔다.

경제 혼란과 민생고가 예상되는 데도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연방 정부의 긴급 지원 정책은 공화당과 민주당,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의 반목으로 한동안 타협될 가능성이 작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의 양당과 정부는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취약 계층에 대한 긴급 재정 지원, 수조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에 대체로 협조했지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갈등을 표출했다.

낸시 펠로시(민주당) 미 하원의장과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최근 경기 부양책을 놓고 험한 설전을 주고받는 지경이 됐다.

WP는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상원을 되찾으면 공화당과 협의할 필요없는 차기 상원에서 자신들의 구제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기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선 뒤 전환기에 행정부뿐 아니라 의회도 ‘레임덕’ 상황이 돼 차기 상원이 구성될 내년 1월까지 재정 지원 정책이 유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몰비즈니스 지원책을 의회에 로비하는 EIG의 존 레티에리 최고경영자(CEO)는 WP에 “선거 전인 지금 공화당 상원이 백악관과 지원책을 합의하는 게 어려운 정도라고 한다면 선거 뒤엔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WP는 경기 부양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변덕이 심했다면서 지금은 선거운동에 도움이 되는 부양책을 쓰겠다고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다음달 11일까지 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셧다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경제전문가 마이클 스트레인은 WP에 “모든 정황을 고려해보면 미국 정부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동시에 우리도 최악에 직면하게 됐다”라고 비판했다.

대선 뒤 약탈을 막기 위해 합판으로 쇼윈도를 막는 로스앤젤레스의 상점 [AFP=연합뉴스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