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패배 스트레스 컸나?…백발 된 트럼프

수십년 집착 ‘트레이드 마크’에서 헤어스타일 변화 배경 눈길

심경 변화? 정치 메시지?…SNS 등에서 각종 추측 설왕설래

대선 불복 국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달라진 헤어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평소 금발 머리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변해버린 은빛 백발로 등장한 것을 두고서다. 8일 만의 공개석상 발언 기회였다.

앞머리에 살짝 볼륨을 주고 옆머리를 빗어넘긴 뒤 스프레이로 고정한 밝은 금색의 독특한 ‘수탉 머리’ 스타일이 트레이드 마크지만, 이날은 평소보다 힘을 덜 준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백발이었다.

앞서 선거 조작을 주장했던 지난 5일 기자회견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카락은 금발이었다.

다만 지난 11일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았을 때도 백발의 모습이 화면에 포착된 바 있다.

뉴욕포스트 등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새로운 소식보다 회색과 흰색의 중간쯤 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헤어스타일이 더 이목을 끌었다고 촌평했다.

BBC방송의 에밀리 메이틀리스 기자는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전체 연설은 나에게 약간 유체이탈 경험을 제공했는데 머리 색깔이 변했다. 눈에 띄게 하얘졌다”며 “그러나 목소리와 발언 속도는 똑같았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코로나19 브리핑 때 잠시 은발 머리를 하고 나타난 적이 있지만 이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16일 SNS 등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달라진 머리 스타일이 심경 변화를 반영하거나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것 아니냐는 다양한 추측이 나돌며 회자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 행보를 이어가는 와중에 대선 패배 스트레스와 마음고생으로 인해 머리가 하얘진 것 아니냐는 얘기부터 염색에 신경을 쓸 심적 여유조차 없던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각종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뒤집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동정론을 자극하려는 포석이 깔린 의도적인 연출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트위터에는 “(트럼프는 승복하지 않았지만) 그의 머리 염색은 승복한 것 같다”, “(대선에서) 2등을 해서 머리 색깔이 금색으로 은색으로 바뀐 것”, “트럼프의 머리카락이 백악관을 떠났다”, “우리는 트럼프의 헤어 컬러리스트가 그를 어떻게 버렸는지에 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재벌 시절부터 수십 년간 같은 스타일을 유지할 정도로 헤어 스타일에 집착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그에 얽힌 일화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2000년대 초반 TV쇼 ‘어프렌티스’ 호스트를 할 당시 머리 손질 비용으로 7만 달러를 세액공제 받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출신 마이클 코언은 지난 9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한쪽의 긴 머리를 반대편으로 빗어 넘겨 머리 위에 널어놓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헤어 스타일이 “1980년대에 실패한 모발이식 수술로 인해 두피에 남은 보기 흉한 흉터”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2018년 11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앤마른 미군묘지 참배를 돌연 취소한 것을 두고 비 때문에 헤어 스타일이 망가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초에는 버지니아 교회 예배에 참석하면서 골프를 치고 바로 오느라 머리를 손질할 시간이 없어서인지 평소와 달리 머리카락을 모두 뒤로 넘긴 ‘올백’ 스타일로 잠시 변신해 화제가 됐다.

2016년 대선 때는 가발 착용 논란이 끊이지 않자 유세 도중 자신의 머리카락을 직접 쓸어올리는가 하면 청중석의 한 여성을 불러내 확인 작업을 시키기도 했다.

백발로 코로나19 백신 성과 기자회견 하는 트럼프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