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살인사건 지난해 33%나 늘었다

66개 중 63개 강력범죄 증가…”불황·코로나, 퍼펙트스톰”

지난해 미국 주요 도시에서 살인사건이 33% 급증하는 등 강력범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3일 CNN이 보도했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 1분기까지 계속됐다.

주요 도시 경찰서장 협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 66개 관할구역 중 볼티모어시, 볼티모어카운티와 롤리, 노스캐롤라이나 3곳을 제외한 63개 구역에서 살인, 강간, 강도, 가중폭행 등 적어도 한 범주의 강력범죄가 증가했다.

특히 시카고, 휴스턴, 멤피스 3개 도시에서 살인사건이 전년 대비 100건 이상 폭증했다. 시카고는 하루 동안 18건의 살인이 발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날도 있었다.

강력범죄가 증가하지 않은 볼티미어의 경우에도 지난해 살인사건이 335건으로, 2019년 348건보다 다소 줄었을 뿐 절대적인 수치로는 가장 많았다.

이 같은 강력범죄 증가세는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돼 우려가 커진다. 시카고는 올해 3월까지 살인사건 발생이 작년에 비해 33%, 총격사건은 40% 늘었고, 같은 기간 뉴욕도 지난달 28일 기준 살인사건은 14%, 총격사건은 약 50% 증가했다. 로스앤젤레스도 3월30일 기준 살인사건이 약 36% 늘었다.

로라 쿠퍼 주요 도시 경찰서장협의회장은 “올해 첫 3개월간 많은 주요 도시에서 여전히 강력범죄 발생 비율이 높다”며 “일부 도시는 작년 수치를 앞지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력범죄 통계 변화 요인을 한 가지에서 찾긴 어렵지만, 지난해 세계적 대유행병 ‘팬데믹’으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조지 플루이드 사건으로 촉발한 대규모 시위 등 사회 운동이 궤를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 불안과 경제 위기에 더해, 경찰의 과잉진압 사건이 불거진 뒤 일어난 경찰력 철폐 요구 시위와 그로 인한 경찰력 이동,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한 불구속 재판과 보석 증가 등이 뒤엉켜 ‘퍼펙트 스톰’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총기 판매가 늘어난 것도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작년 총기 신원 조회 건수는 거의 4000만 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중 2100만 건은 총기 판매와 관련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총격사건 치유와 이를 위한 지역사회 조직과 투자를 모토로 출범한 허틀랜드 얼라이언스의 READI시카고프로그램 총기안전계획책임자 에디 보카네그라는 “총기 소지 결정은 개인이 자신의 안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들이 안전과 싸우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력은 폭력을, 트라우마는 트라우마를 낳는다”면서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을 애도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고 사람들은 지금 그들이 겪고 있는 것을 처리할 출구가 없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총격사건 현장. [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