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개와 고양이, 코로나에 무사한가요?

개 감염 위험 ‘낮음’, 고양이 ‘중간’…동물 410종 분석해

UC 데이비스 연구진 ACE2 아미노산 구성 인간과 비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아직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그 파괴력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신종 코로나가 더 곤혹스럽고, 더 불안한 것인지 모른다.

인간과 다른 척추동물의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 [UC 데이비스 Matt Verdolivo 제공]

신종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지 열달 가까이 됐는데도 인간에게 이 바이러스가 감염한 경로 자체가 여전히 불확실하다.

박쥐에서 처음 생겼다는 덴 많은 과학자가 동의하지만, 인간에게 오기 전에 어떤 중간 숙주를 거쳤는지는 잘 모른다.

거의 한 식구처럼 생활하는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신종 코로나에 어느 정도 취약한지도 매우 궁금하지만, 속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마침내 이런 의구심과 궁금증을 상당 부분 풀어줄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미국 과학자들이 내놨다.

척추동물 410종의 유전체를 분석해, ACE2 단백질의 아미노산 구성을 인간의 그것과 비교한 것이다.

인간과 접촉할 가능성이 큰 가축 가운데 고양이·소·양 등은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이 ‘중간’, 개·말·돼지 등은 ‘낮음’으로 분류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의 해리스 르윈 진화생태학 교수팀은 21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관련 논문을 공개했다.

24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는 촉수처럼 뻗은 ‘스파이크 단백질’로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해야 세포 내로 들어갈 수 있다.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 2’라는 의미를 가진 이 ACE2 단백질은 신종 코로나의 ‘세포 패스’와 비슷하다.

ACE2는 코점막 상피, 입안, 폐 등 감염 경로로 추정되는 세포와 조직에서 주로 발견된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가 세포의 문을 어느 정도 쉽게 여는지는, ACE2를 구성하는 25종의 아미노산에 달려 있다.

연구팀은 이들 25개 아미노산의 시퀀스(염기서열)를 기초로 ACE2 구조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고, 동물 종별로 ACE2 단백질에 몇 개의 아미노산이 있는지도 분석했다.

인간과 똑같이 25개 아미노산이 모두 있는 동물이, ACE2를 통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는 ‘최고 위험군’이었고, 아미노산 수가 감소할수록 예측 위험도는 낮아졌다.

세계 최대 환경단체로 꼽히는 ‘국제 자연 보전 연맹’은 동물 종의 약 40%를 신종 코로나 감염에 취약한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영장류 중에는 북아프리카 서부 저지대 고릴라(Western lowland gorilla), 수마트라 오랑우탄, 북부 흰뺨 긴팔원숭이(Northern white-cheeked gibbon) 등이 위험도 ‘아주 높음’으로 분석됐다.

귀신고래(gray whale), 큰돌고래(bottlenose dolphin) 등 해양 포유류와 중국 햄스터는 ‘높음’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예컨대 밍크, 고양이, 개, 햄스터, 사자, 호랑이 등의 신종 코로나 감염 사례를 보면, 바이러스가 ACE2 수용체를 이용했는지, 아니면 다른 수용체를 이용했는데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이 동물에게 또는 그 역방향으로 신종 코로나가 전파되는 인수 공통감염 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에선 이번 연구가 중요한 전기가 될 거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