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결국 ‘윤리’의 문제입니다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 208호

애틀랜타한인회의 연방기금 부정 수령 의혹이 제기된지 1주일이 지났습니다. 본보를 비롯한 한인 언론들이 제기한 의혹 가운데 많은 부분이 확인됐고 몇가지 남은 의혹은 현재 사실을 규명해나가는 단계입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사과 한마디 없이 끝나 한인사회의 지탄을 받았던 지난 28일 한인회 기자회견에서 귀넷카운티 관계자 마저도 “윤리(ethic)의 문제”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전날 카운티가 마련한 애틀랜타한인회장과의 전화 간담회에 한인회 관계자도 아닌 인사가 버젓이 참석한데다 한 인터넷 매체의 기자라는 사람이 몰래 이를 참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당국이 보기에도 문제가 있었던 한인회의 윤리성 문제에 한인 언론까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당시 본보 취재기자와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간담회 현장을 방문했지만 한인회 관계자의 저지로 간담회가 열린 사무실 안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무실 안에는 해당 인터넷 매체 관계자 외에 한인 신문사인 C일보의 기자 1명도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기자는 간담회에 참석했던 문제의 외부 인사와 사무실을 빠져 나오다 함께 목격됐고 “왜 여기 있었느냐”라는 본보 기자의 질문에 “나한테 그런거 물어보지 마세요”라고 답한 뒤 현장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현장에 있던 한인회 관계자에게 “한인회 담당도 아닌 기자가 왜 여기 있었느냐”라고 물었더니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와 인터뷰를 조정하느라 방문한 것이지 간담회에 참석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기자들은 못 들어오게 하면서 인터뷰 조정을 위해 방문한 기자는 왜 사무실 안에 머물 수 있었는지는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문제가 됐던 인터넷 매체 관계자가 “몰래 참관한 것이 아니라 옆방에 있었는데 간담회 내용이 들려왔을 뿐”이라고 답했던 것으로 미뤄 이 기자도 사실상 간담회를 참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선거 출마자와의 인터뷰를 왜 한인회 관계자와 협의하는지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애틀랜타한인회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단체입니다.

해당 기자는 지난 6월 허위 부재자 투표결과 기사를 C일보에 게재해 조지아 주정부로부터 ‘경고’를 받은 사람입니다. 당시 이번에 문제가 된 한인회 관련 인터넷 매체와 함께 잘못된 기사를 나란히 게재했고, 그 기사는 바로 지난 27일 귀넷카운티 간담회에 참석했던 ‘비 한인회’ 인사가 제공한 것이었습니다.

6월 문제의 기사와 관련됐던 3명의 인물이 또 한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우연으로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실제 이 기자는 지금도 해당 인터넷 매체와 똑같은 선거출마자 인터뷰를 C일보에 계속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인회 관계자 처럼 행동하는 사람은 해당 기자들 뿐만이 아닙니다. 어느날 갑자기 비디오 카메라 하나를 들고 한인회에 나타나 한인회장의 의혹에 대해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그런 건 질문하는 게 아니다”, “하나님 믿는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라고 훈계하는 사람도 등장했습니다. 한인회 광고가 게시된 자신의 블로그에 한인회 동영상을 올리며 “애틀랜타 K 뉴스가 개인적인 감정으로 한인회를 비방한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정의합니다. 한인회 의혹을 제기한 다른 한인 언론사들도 모두 개인감정으로 그런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윤리는 그렇게 복잡한 개념이 아닙니다. 넘어야 할 선을 넘지 않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지키면 되는 것입니다. 우연히 방문했던 곳이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가 아니었다면 털고 나와야 하는 것이 직업 윤리입니다. 더구나 취재를 위한 목적도 아니면서 한인회 회의에 참석한다면 기자가 아니라 ‘한인회 관계자’라는 의심을 사도 할 말이 없습니다. 다른 기자들이 질문할 때 이를 존중하는 것이 또한 윤리입니다. 한인회장에 대한 비방은 끔찍히 싫어하면서 다른 기자들은 마음대로 비방하는 잣대가 가장 ‘비윤리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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