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 추가 폭로] ③ ‘회장에 의한, 회장을 위한’ 1인 공화국

특정 목적위해 개설된 장학위원회 계좌로 편법 재정 운용

모든 계좌 한인회장 혼자 관리…회칙은 ‘재정 부회장’ 책임

전 회장 마이너스 재정 인수인계도 회칙위반…아무도 몰라

애틀랜타한인회(회장 김윤철)의 연방기금 부정 수령 사건에서 드러난 것은 청구행위 자체의 문제 뿐만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김윤철 한인회장이 한인회 계좌를 혼자 관리한다는 사실이 공개됐고, 재무 문제와 관련해 한인회칙을 위반한 사례가 여러 건 밝혀져 더 큰 충격을 전해주고 있다.

◇ 전임 집행부로부터 마이너스 계좌 인수 사실 드러나

한인회가 귀넷카운티에 제출한 5차 청구서(인보이스 #CRF1-EFA-025)에 따르면 한인회는 자체 계좌가 아닌 한인회 장학위원회(KAASF) 계좌(프라미스원 은행 0110008489)에서 발급한 수표를 이용해 셰프장과 종로떡방앗간의 외상 청구서를 ‘paid(지급완료)’로 무단 변조했다. 또한 4차 청구서(인보이스 #CRF1-EFA-024)에도 장학위원회 계좌 수표 1500달러를 발급해 쌀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회가 자체 계좌가 아닌 장학위원회 계좌를 전용한다는 소문은 출범 초기부터 흘러나왔지만 이번에 이같은 행위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제34대 한인회 선관위 관계자는 “김윤철 회장이 자신과 홍성구 후보의 공탁금 6만달러 가운데 소송 비용을 제외한 5만1000여달러를 장학위원회 계좌에 입금해 사용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6년 제32대 배기성 회장 당시 출범한 장학위원회는 외부 독지가들의 지원을 받아 한인 차세대에 대한 장학사업을 실시했었다. 장학위원회 계좌는 전액 장학사업 관련으로만 사용돼야 하며 원칙적으로 장학위원장과 위원들이 관리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2년전부터 외부 지원이 끊기면서 장학사업이 중단됐고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인회 측은 최근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출범 초기 한인회 자체 계좌가 마이너스여서 공탁금을 입금할 경우 돈이 빠져나갈 위험이 있어 장학위원회 계좌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한인회칙 제10장 ‘재무 및 감사’ 제50조 4항에 따르면 “집행부 일반경상비는 당해 임기의 회장이 책임지고 청산해야 하며 부채는 다음 임기로 이월할 수 없다. 일반경상비 부채 발생은 당해 년도 회장의 개인 책임으로 하며 임기만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청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한인회 규정상 특별한 사유로 발생한 부채가 아닌 이상 마이너스가 된 상태에서 재정을 인수인계할 수 없었는데도 전임 회장과 현 회장이 이러한 일에 동의했고, 본보의 의혹 제기를 통해 10개월만에 이같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더구나 이런 사실을 덮기 위해 특정목적으로 개설된 장학위원회 계좌를 한인회장이 무단으로 사용한 사실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임 회장이 3개월 이내에 마이너스 통장의 돈을 갚고 청산해줬는지 여부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선관위 관계자는 “마이너스로 재정을 인수인계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면서 “마이너스로 인수받은 금액을 밝혀야 하고, 이후 해당 계좌를 청산했다고 하는데 어떤 돈으로 갚아줬는지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인사는 “마이너스 재정을 인수인계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신구 회장 간에 어떠한 약속이 오고 갔는지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재정 부회장 공석…한인회장 혼자 ‘원맨쇼’

한인회칙 제10장 제50조 제2항은 “한인회의 모든 재무 출납은 재무담당 부회장이 하며, 재무담당 부회장은 한인회의 재무상황을 회장에게 수시로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인회의 재무담당 부회장은 4개월 넘게 공석이다. 출범 초기부터 5개월간 재무담당 부회장을 맡았던 인사는 본보에 “체계적이고 규정에 맞는 재정 집행에 대해 한인회장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면서 “결국 더 이상 재무담당 부회장 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 사임했다”고 전했다.

이후 김윤철 한인회장은 재무 담당자 1명을 임명했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현재 재정 출납은 김윤철 한인회장이 혼자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부회장이 아닌 재무담당자가 수표를 출납하는 것도 한인회칙 위반사항이 된다.

한인회의 계좌들을 관리하는 사람도 김윤철 회장이 유일하다. 한인회의 또다른 계좌로는 한인회 패밀리센터 계좌가 있지만 센터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계좌에 접근한 적도, 계좌 수표를 발행한 적도 없다”고 전했다. 최근 사임한 한 전 임원은 “계좌를 보여달라고 하면 잔고가 찍힌 화면 하나를 보여주는 수준”이라면서 “한인회 계좌의 돈이 어떻게 오고 가는지는 한인회장 혼자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22일 열린 CKA(미주한인위원회) 결산 보고 기자회견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됐다. 김윤철 회장은 “귀넷카운티로부터 환급받은 돈이 있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5일 처음으로 신청했고 아직 한푼도 받지 못했다”고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어영갑 이사장과 임원들은 이같은 허위 주장에 의심없이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줘 한인회 재정 관리의 불투명성을 그대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