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해방기념일’ 유세 역풍…트럼프 “날짜 변경”

비난 여론 거세자 19→20일로…”기념일 경의 표하려 재조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노예해방 기념일(Juneteenth Day)에 경의를 표하고자 오는 19일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재개할 예정이던 유세 일정을 하루 뒤로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트위터에서 “우리는 오클라호마 털사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집회를 6월 19일로 계획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날은 노예해방 기념일과 겹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수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친구들과 지지자들은 기념일을 존중하고, 이날이 대표하는 모든 의미를 기리고자 일정 변경을 제안했다”며 “그 요청에 따라 집회를 6월 20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6월 19일은 1985년 미국 남북전쟁 종전 후 텍사스주에서 마지막 흑인 노예가 해방된 날이다. 최근 백인 경찰관에 희생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맞물리면서 의미가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그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야외 선거유세를 하필 이날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히자 거센 비난이 일었고, 결국 날짜를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기념일과 별개로 털사는 흑인 인종 학살의 아픔을 가진 지역이기도 하다.

1921년 ‘블랙 월 스트리트'(Black Wall Street)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부유한 흑인 상업지구가 있었던 털사에서는 인종 갈등으로 수백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백인에게 집단 학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애초 일부러 6월 19일로 유세 날짜를 정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오히려 ‘축하’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미국 출생 의혹을 제기한 이른바 ‘버서운동'(Birther Movement)을 두둔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전력을 고려할 때 이번 유세 역시 백인 우월주의자 결집 목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종차별 반대 대규모 시위와 관련해 “수많은 점잖은 백인 미국인들을 인종차별주의자나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로 규정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시위대 강경 진압을 요구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국방부가 과거 노예제를 옹호하던 남부연합의 장군 이름을 딴 군 기지 명칭 변경을 고려하겠다고 하자 제동을 걸기도 했다.

1921년 오클라호마주 털사 흑인 학살사건 당시 불타는 건물들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