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애틀랜타가 부끄럽다① “누구를 위한 한인회관?”

한때 미주 한인사회에서 가장 모범적인 한인 커뮤니티로 칭찬받던 애틀랜타 한인사회가 최근 애틀랜타한인회와 동남부한인회연합회, 민주평통 협의회 등의 잇딴 추문으로 “미주 최악의 한인사회”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애틀랜타 한인들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지역 한인단체들의 문제점을 5회의 시리즈로 점검한다. /편집자주

▶ 시리즈

① 누구를 위한 한인회관?

② 재정 투명성은 기대 마세요

③ 리더 사라진 동남부연합회

④ 민주평통 더 이상 필요한가?

⑤ 총영사관의 역할은?

한인회관 동파 보험료 놓고 횡령 공방…이면엔 ‘헤게모니’ 싸움

한인회관 처리와 회장선거 전횡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주원인

“애틀랜타는 왜 그리 시끄러운가요?”

최근 기자와 만난 미주 다른 관할지역의 총영사가 던진 질문이다. 해당 총영사는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의 파열음을 비롯해 한인사회에 흐르고 있는 불화 움직임에 대해 전반적인 의문을 표시했다.

실제 지난 7일 김백규 전 애틀랜타한인회관 관리위원장과 박건권 애틀랜타라디오코리아 사장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이홍기 애틀랜타한인회장이 한인회관 동파를 빌미로 보험금 15만달러 이상을 지급받아 이를 횡령한 의혹이 있다”는 기자회견을 열어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본보의 확인 결과 실제 이홍기 한인회장은 지난 2022년 12월 27일 한인회관 수도 동파사고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자 담당 보험회사에 클레임을 신청했고, 지난해 4월 15만8471달러의 보상금을 받았다.

◇ 보험 보상금 15만8천여불 ‘몰래’ 수령

이홍기 회장은 이 돈을 한인회 계좌인 제일IC은행에 입금했지만 이사회와 임원들, 감사에게는 보상금 수령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이 같은 사실 때문에 김백규 위원장과 박건권 사장은 이 돈을 이홍기 회장이 개인적으로 횡령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회장의 사퇴와 수사당국의 조사를 촉구했다. 실제 한인회 이사회가 공개한 지난해 회계 보고에 따르면 이홍기 회장은 보험금 수령 사실을 1년 내내 은폐했고, 보험금으로 처리된 한인회 운영비를 ‘회장 기부금’이라고 허위 기재했다.

이에 따라 김백규 전 위원장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15만달러가 넘는 보상금을 이홍기 회장이 개인적으로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본보의 확인 결과 한인회가 수령한 보험금은 한인회의 주 거래계좌인 제일IC은행에 수령 직후인 지난해 4월 4일 모두 입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돈 가운데 11만여 달러는 이후 한인회 운영자금으로 사용됐고 4만여 달러가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백규 전 위원장 측은 “수도 동파를 수리하기 위해 단 1950달러만 소요됐고 이 가운데 250달러는 내가 자비로 냈다”면서 “과도한 보험금을 청구해 수령한 것은 보험사기 혐의까지 받을 수 있고 한인회관 보험료도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보상금 수령으로 한인회관 보험료는 대폭 인상됐으며 이홍기 회장도 이에 대해 “모든 사실을 인정하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보험사기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보험사에 직접 문의한 결과 지급받는 보상금은 수리비 뿐만 아니라 수도관 동파로 인한 간접적 피해 보전과 한인회관 운영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보험 보상금 횡령 의혹에 대해 이홍기 회장은 “보상금 수령 사실을 공개했다면 김백규 위원장과 박건권씨가 이를 가져가 마음대로 집행할 것이 우려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매달 한인회 운영비용으로만 1만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인데 지난해 조지아대 석좌교수인 주중광 박사 내외의 기부금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한인회에 단 1달러도 기부하지 않았다”면서 “보험금 수령사실을 알렸다면 한인회에 대한 기부가 앞으로도 전혀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들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기자가 “그래도 이사회와 감사에까지 이같은 사실을 숨겼다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고 질문하자 이 회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겠다”면서 “하지만 내가 단 1달러라도 보험 보상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면 당장 회장직에서 사퇴하는 한편 모든 형사적 책임을 지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기자가 “이사회에 보고를 하지 않고 허위로 재정보고를 한 것 자체만으로도 배임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재차 묻자 이 회장은 “김백규 전 위원장 측을 의식한 잘못된 선택이었으며 한인 대다수가 책임을 묻는다면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 한인회관과 회장선거 둘러싼 갈등이 원인

애틀랜타한인회를 둘러싼 이같은 갈등의 원인은 세계 최대 규모라는 ‘애틀랜타한인회관 처리’와 ‘한인회장 선거’라는 2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석이다.

우선 애틀랜타한인회장을 역임하고 2015년 애틀랜타한인회관 건립위원장을 맡아 회관 매입을 주도했던 김백규 전 위원장이 지금까지 한인회관 유지 및 관리에 대해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인사들과 갈등을 빚으며 ‘갈라치기’가 지속됐다는 지적이 있다. 한인회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김백규 전 위원장은 한인회관 매각에 ‘절대 불가’를 고수하고 있어 매각을 주장하는 인사들과 불화를 겪어 왔다.

또한 김 전 위원장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장, 아시안범죄대책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는데 한인회관에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면서 반대 진영과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소녀상 건립이 한국식 좌우 이념 대립의 상징처럼 비화하면서 사실은 보수 인사인 김 전 위원장은 우파의 이념 공격에 시달리기도 했다. 또한 소녀상의 한인회관 건립에 반대했던 인사들은 한인회에 대한 기부 중단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혀 한인회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김백규 전 위원장의 측근 4~5명이 한인회관 관리위원회와 소녀상 건립위원회, 범죄대책위원회 멤버로 동시에 활동하며 한인사회에 ‘패거리’를 형성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홍기 회장은 “주중광 박사의 40만달러 기부금으로 시작된 한인회관 수리 비용 가운데 상당 액수가 김백규씨 측근들에게 돌아가 물의를 빚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백규 전 위원장은 한인회관 수리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던 음향과 조명 공사를 가장 먼저 추진했고, 6만달러 가량이 소요된 이 공사의 전권을 전문업체가 아닌 관리위 멤버 박건권 애틀랜타라디오코리아 사장에게 맡겨 논란을 낳았다.

결국 이홍기 회장과 김백규 전 위원장은 이러한 문제 때문에 갈등을 겪었고 김 전 위원장과 관리위원들은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이같은 갈등은 한인회장 선거로 이어졌고 이홍기 회장이 재임을 위한 출마를 선언하자 김백규 전 위원장의 지원을 받은 김형률 전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장이 대항마로 나섰다. 하지만 이홍기 회장은 자신이 구성한 선관위의 편파적인 시행 세칙으로 무투표 당선되며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 선관위는 이홍기 회장에게 절대 유리한 ‘최근 4년간 한인회비 납부’를 출마 조건으로 내걸어 사실상 이 회장의 단독 출마를 뒷받침했다. 이같은 무리한 조건 때문에 김형률 후보는 중도 사퇴를 선언했고, 이로 인해 김백규 전 위원장과 이홍기 회장의 ‘앙금’이 더 깊어졌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백규 전 위원장과 각을 세워온 김일홍 전 한인회장이 이홍기 회장을 지원하고 나서면서 양측의 ‘전쟁’이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또한 이같은 상황에서 이홍기 회장의 선거 전횡을 매일같이 비판하던 애틀랜타라디오코리아 관계자의 성추행 고발 투서가 애틀랜타한인회에 접수됐고, 해당 관계자가 이를 이홍기 회장과 김일홍 전 회장의 자작극이라고 비난하면서 전선이 확대됐다. 투서에는 해당 관계자에게 19세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의 페이스북 포스팅이 담겨 있고, 피해 주장 여성은 이후 해당 관계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다른 여성 3명과 함께 한인회에 구체적인 피해사실을 알려왔다. 하지만 해당 관계자는 결백을 주장하며 김일홍 전 회장과 피해 주장 여성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예고하는 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와 관련, 8일 이홍기 회장과 회의를 가진 주중광 박사는 “이홍기 회장이 보험 보상금 수령을 이사회나 감사에 알리지 않은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실책이며 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횡령이나 범죄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인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홍기 회장은 “이같은 지적에 책임을 통감하며 보험 보상금의 처리 내역에 대해 외부 감사를 신청해 철저한 검증을 받겠다”면서 “하지만 아무런 확인도 없이 횡령이라는 일방적 주장을 전파한 사람들과 일부 언론의 부당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응분의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특히 기사를 쓸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반대 편의 입장을 대변하며 기자회견 때마다 각종 방해를 일삼고 있는 어용 기자 한 명에 대해서는 특별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연 대표기자

이홍기 한인회장과 이경성 이사장, 주중광 박사 등이 회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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