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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한인회장이자 연방하원 후보…가능한가?

정치적 중립 정관 위배·거주 지역 논란…한인사회, 또 시험대에 서다

애틀랜타한인회관을 점유하고 있는 이홍기씨 진영이 최근 유진철 신임 한인회장 체제로 전환됐지만 출범과 동시에 한인회 정관 위배 및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한꺼번에 불거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2025 정기총회 및 회장 이취임식을 열고, 이홍기 회장의 이임과 유진철 회장의 취임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유 신임 회장이 조지아주 제1선거구 연방하원 공화당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상태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한인회장직 수행의 법적·도덕적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애틀랜타한인회장’과 ‘사바나 지역구 후보’의 간극

유진철 회장이 출마를 선언한 조지아주 제1선거구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공장이 위치한 사바나 인근 지역으로, 메트로 애틀랜타와는 자동차로 4시간 이상 떨어진 지역이다.

이 때문에 한인회 정관에 따라 메트로 애틀랜타에 거주하며 지역 사회를 대표해야 하는 자칭 애틀랜타한인회장이 다른 지역구의 연방 하원의원 후보로 활동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인사회에서는 “지역 대표 단체의 수장이 해당 지역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선거구의 후보로 나서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한인회 정관의 ‘정치적 중립’ 조항과 정면 충돌

또다른 논란의 핵심은 애틀랜타 한인회 정관이 명시하고 있는 정치적 중립 원칙이다. 한인회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선거 활동에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유 회장은 아직 후보로 공식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12월 6일 둘루스에서 열린 후원행사를 통해 공화당 연방하원 후보로서 후원금을 모금했고, 이는 한인사회에서 “공식적인 정치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인회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한인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한인회 명의 및 자산의 선거 이용 가능성과 내부 구성원의 정치적 연루라는 구조적 위험을 동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프라이머리 이후 거취 결정”…현실성 있나

유진철 회장은 주변에 “내년 5월 19일 공화당 프라이머리 이후 정확한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역시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즉 예비경선에서 낙선하면 그대로 한인회장직을 유지하고 예비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인회장직 사퇴 후 11월 열리는 본선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인사회에서는 “선거 결과에 따라 한인회장을 계속할지 말지를 정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한인회장직을 정치적 보험처럼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프라이머리까지 약 5개월간 한인회가 사실상 정치적 이해관계에 묶인 상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단체 운영의 공정성과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기자는 이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유진철 회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아직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다.

◇ 박은석 회장 “우선 대화 통해 분규 해결 모색”

이런 가운데 동남부 8개 단체와 함께 신년 합동 하례식을 개최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는 애틀랜타 한인회(회장 박은석)는 현재 한인회관을 점유하고 있는 유진철씨 측과의 직접 충돌을 피하고, 대화를 통해 분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석 회장 측은 ▷한인사회 분열의 장기화 방지 ▷법적 분쟁으로 인한 공동체 피로도 최소화 ▷한인회관의 공공자산 성격 유지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을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한인회 일각에서는 “대화는 필요하지만, 원칙 없는 타협은 또 다른 혼란을 낳을 수 있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홍기씨 등에 대한 소송을 계속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 애틀랜타한인회, 다시 ‘존재 이유’를 묻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회장 교체 논란을 넘어, 애틀랜타한인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인회는 특정 정치인의 발판이나 특정 진영의 보호막이 아니라 동포사회 전체의 권익과 공공성을 대표하는 조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향후 한인사회 운영 원칙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신범 한인회 이사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정관과 원칙을 기준으로 한 냉정한 판단”이라며 “정치와 단체 운영의 경계선을 분명히 긋지 못하면 이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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