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대선, 남의 집 야드사인 훼손 속출

양측 지지자 모두 “상대측이 팻말 훔쳤다” 비난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각 가정집이 정치적인 표현의 하나로 어떤 후보를 지지한다며 정원에 세워둔 팻말이 훼손되거나 분실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AFP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집주인들이 헤어젤이나 꿀을 발라두거나 철조망을 설치, 심지어는 개똥을 주변에 두어 팻말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전국적으로 수많은 팻말이 도난당하거나 훼손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 현상은 선거 때마다 흔히 나타나지만 2016년 반짝하다가 올해 미 대선에서 특히 극성을 부리고 있다.

민주당 활동가인 스티브 시케이는 펜실베이니아주 벅스 카운티에서 바이든 후보 지지 팻말이 약 2000~3000개가 도난당하거나 훼손된 채 숲에 버려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지지자이자 활동가인 한 남성은 자신이 설치한 4000개의 작은 친트럼프 팻말 중 약 1000개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지지자들과 바이든 지지자들은 서로 상대측이 팻말을 훔쳤다고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공화당은 법과 질서를 믿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 팻말을 훔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시케이 활동가는 “말대로라면 그들은 법과 질서의 옹호자지만 실제로는 법을 어기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지인들이 수집한 CCTV 영상에 따르면 상당히 많은 절도범들이 반바지와 운동화를 신은 젊은 남성들로, 미리 계획하기보다는 충동적으로 이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또 많은 팻말이 사라질수록 양쪽 지지자들은 ‘군비 경쟁’하듯이 서로 팻말을 더 많이 설치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는 “우리는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고 따돌림 당하는 것처럼 느낀다. 그래서 팻말을 설치하고 다른 지지자들에게 힘이 되어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지지자는 “트럼프 후보의 지지 표지판을 보면 우리가 지지하는 표지도 보고 싶어진다”면서 경쟁적으로 팻말을 세우는 이유를 설명했다.

가정집 정원에 설치된 후보 지지 표지판들© AFP=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