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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같던 대학 기숙사가 호텔룸으로…

WP “틱톡 동영상 이용해 꾸민 UGA 기숙사 방 화제”

캠퍼스 인테리어 혁명…대학가 ‘기숙사 꾸미기 열풍’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는 삭막하던 기숙사 방을 고급 호텔 방처럼 꾸미는 ‘기숙사 인테리어 열풍’이 번지고 있다.

틱톡과 유튜브, 핀터레스트 등 소셜미디어가 주도한 이 유행은 단순한 개성 표현을 넘어, 친구 관계와 사회적 소속감까지 좌우하는 ‘소셜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기숙사 인테리어 열풍은 사실상 틱톡에서 시작됐다. 조지아대(UGA) 입학생 케나는 고교 졸업 선물로 고모이자 이벤트 디자이너인 멜라니 터너에게 “틱톡에서 본 것처럼 방을 꾸며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터너는 거대한 문화현상을 마주하게 됐다.

틱톡 속 기숙사 방들은 더 이상 단순한 침대와 책상만 놓인 공간이 아니었다. 무늬 벽지로 감싼 벽, 고급 침구와 장식용 러그, 액자에 넣은 예술작품이 어우러진 ‘리조트형’ 인테리어가 대세였다.

일부 전문 디자인 회사들은 기숙사 꾸미기를 하나의 비즈니스로 만들었고, 디자인과 제품 구입을 포함해 방 하나 꾸미는 데 4000달러 이상을 청구하기도 한다.

이런 흐름은 단순히 학생 개개인의 취향을 넘어 부모 세대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한 학생의 어머니 애슐리 저니건은 딸의 대학 입학을 앞두고 도면과 틱톡을 수십 시간 분석해, 샴페인 잔이 있는 키친 코너와 분홍 에스프레소 머신, 미니 냉장고, 장식용 커피 테이블 북까지 갖춘 하이엔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조지아대 3학년생 헤이즐 투그비엘레는 “지난해 46명의 신입생 방을 관리했는데 4분의 3 이상이 전문 인테리어 업체 못지않게 꾸며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부모들이 몇 시간 동안 방을 꾸미는 모습을 지켜보며 경외감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려한 인테리어가 또 다른 장벽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투그비엘레는 “방을 화려하게 꾸민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비슷한 스타일의 학생들과만 어울리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과는 교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두 원수 가문 ‘몬터규’와 ‘캐플릿’에 비유하며, “같은 층에 살면서도 말 한마디 섞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고 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보그 룸 재단(The Vogue Room Foundation)’은 저소득층 및 소수계 대학생들의 기숙사 공간을 무료로 꾸며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처음에는 여학생만을 위한 지원이었지만 최근에는 남학생들의 관심도 높아지며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단 측은 “남학생들도 아늑하고 잘 꾸며진 공간에서 생활할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은 기자
UGA 신입생의 기숙사 방/워싱턴포스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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