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5살 아이 책가방 멘 채 체포…”이것이 우리가 바라던 미국일까?”

5살 리암이 눈이 쌓인 거리에서 ICE에 체포되는 모습/Columbia Heights Public Schools

구금 차량으로 향하는 어린이 모습에 미국 전역 충격…교육당국 “아이들이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귀여운 모자를 쓰고 책가방을 멘 5살 아이가 눈물이 가득 맺힌 채 어른의 손에 이끌려 차량 옆에 서 있다.

얼굴에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얼어붙은 표정이 남아 있고, 발밑에는 눈과 얼음이 뒤섞인 도로가 펼쳐져 있다. 최근 미네소타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방식이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를, 나아가 미국 사회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묻게 하는 상징적 장면이 되고 있다.

22일 컬럼비아 하이츠 교육청에 따르면 이 학군 소속 학교에 재학 중인 리암 라모스 군은 최근 가족과 함께 이민 단속 과정에서 구금됐다.

아이는 범죄 혐의와 무관했으며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한 직후였다.

ICE와 국토안보부는 “아동을 표적으로 삼은 단속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진 속 현실은 다르다.

눈 덮인 주거지에서 학교 가방을 멘 어린이가 구금 차량 앞에 서 있는 모습은, 단속의 목적과 상관없이 그 과정이 아이에게 어떤 공포와 상처를 남겼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해당 학군은 최근 몇 주 사이 미성년 학생들이 잇따라 구금된 사실을 공개하며 학교 주변의 안전감이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야외 활동을 중단했고 등교를 꺼리는 가정도 늘고 있다. 한 교육 관계자는 “아이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교육 현장과 지역사회는 ‘방법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단속이라는 정책 목표가 있다 하더라도 그 집행 과정에서 미취학 아동을 공포 속에 노출시키는 방식이 과연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JD 밴스 부통령은 22일 미니애폴리스를 방문해 처음에는 “나도 5살 아이의 아버지”라며 체포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ICE 담당자가 아이의 아버지가 도주한 후 아이를 구금했다고 설명하자 “이해가 된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취재진에게 “그러면 더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가? 5살짜리 아이가 얼어 죽도록 내버려둬야 하나? 미국에서 불체자를 체포하면 안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ICE를 두둔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청 관계자와 이웃들은 “아이를 보호자에게 인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었지만 구금이 강행됐다”고 증언했다.

특히 컬럼비아 하이츠 교육청 제나 스텐빅 교육감은 ICE 요원이 차 안에 있던 리암을 끌고 나온 뒤, 집 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리암을 집으로 데려가 문을 두드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ICE 요원들이 “5살 아이를 미끼로 이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 권익단체들은 “아이의 안전과 심리적 안정은 어떤 행정 집행에서도 최우선 고려 대상이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학교와 주거지 인근에서의 단속은 교육권과 안전권을 동시에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 속 아이는 말이 없지만 그의 얼어붙은 모습은 미국사회에 분명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법 집행은 누구를 위해,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존재들이 과연 보호받고 있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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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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