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회 역사서 사업, 공금 집행 난맥상…“지금이라도 인계 받아야”
미동남부한인회연합회가 추진 중인 ‘40년사 편찬 사업’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4만2000달러의 연합회 예산이 투입된 이 사업은 아직 책자 출판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금으로 제작된 인터뷰 동영상이 제작자 개인 유튜브 채널에 먼저 공개되면서 사업의 공공성과 도덕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사업의 목적과 예산이 불일치한 채 집행됐고, 여전히 총괄 책임자인 홍승원 전 회장이 사업을 연합회에 인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 공금으로 만든 영상, 왜 개인 유튜브에?
홍승원 전 회장은 지난 9월 말까지 모든 인터뷰 영상을 연합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에는 “초대 회장부터 순차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실제로는 영상 제작자 홍순욱(스티브 홍)씨가 지난 29일부터 박선근 초대회장, 이웅길, 박효은, 신현태, 손환 전 회장의 인터뷰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먼저 공개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영준 재정부회장은 “이 동영상은 연합회 공금으로 제작된 것이며, 연합회가 먼저 검토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개인 채널에 먼저 공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합회 내부에서는 “영상 존재도 몰랐는데, 아무런 상의도 없이 개인 유튜브에서 먼저 공개되니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한 연합회 관계자는 “인터뷰 내용도 원론적 질문과 답변에 지나지 않았고, 급조된 탓인지 게재된 영상의 질도 수준 미달”이라며 “이런 동영상에 1만5000달러를 썼다는 말이냐”며 개탄하기도 했다.
◇ 책자 내용도 부실…‘역사서’ 이름값 의문
홍 전 회장이 예고한 40년사 책자 구성도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총 6부로 구성된다는 이 책자는 1부에서 정치·경제 일반 현황과 한국 기업, 대통령 방문 사례 등을 소개하고 2부부터 연합회 역사, 체육대회, 자선 사업, 지역 한인회 소개 등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실질적인 연합회의 연대기나 내부 논의 과정, 갈등과 조정의 기록은 부실하고, 1부에 배치된 ‘지역 개황’은 기존 뉴스 자료를 단순 요약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한 전직 회장은 “가장 중요한 지역 한인회들의 역사와 역할은 부록처럼 다뤄지고, 구체적 자료 수집도 없이 구성된 1부는 사실상 분량 채우기용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 회계 처리도 혼선…“남은 돈 돌려줄 수 없다”?
이번 사업을 총괄한 인물은 홍승원 전 회장이 지목한 홍성구 씨다. 이영준 부회장에 따르면 그는 연합회 자금 3만5000달러를 위임받아 집행했지만, 3000여 달러의 남은 잉여자금 반환 요구에 “홍 전 회장과 함께 사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 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합회 내부에서는 “사실상 사업이 교착 상태에 빠졌는데도 자금까지 묶여 있다”며 “감사와 환수 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홍 전 회장 재정 문제 심각…연합회가 인계 받아야
현재 1만8000달러의 추가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홍 전 회장의 약속도 회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가 최근 심각한 금전적 문제에 휘말려 수만달러를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홍 전 회장 사건의 전말을 아는 전직 연합회장은 “지금 상황에서 홍 전 회장이 사업을 마무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연합회가 지금이라도 나서서 책자 원고와 영상 등 제작 자료를 인계받고, 전직 회장들과 논의해 출판을 완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합회 역사서를 제작한다면서 실제 내용은 누락과 왜곡이 많고, 제작 과정도 투명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사용된 예산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른 전직 회장은 “지금이라도 김기환 현 연합회장과 집행부가 결단을 내려, 모든 자료를 인계받고 전직 회장들과 협의해 출판을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감사를 통해 자금의 흐름을 확인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