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잃은 음모론, 이젠 “바이든이 구세주”

큐어넌 신봉자들, ‘예언’과 달리 취임식 열리자 ‘멘붕’

상당수 “우린 속았다” 포기…일부는 “그래도 트럼프”

NYT “유튜브 저널리스트 헛소리 믿다니…반성해야”

트럼프가 선거사기 조작을 이겨내고 결국 대통령으로 취임해 어린아이들을 잡아먹는 식인 아동성애자 ‘딥스테이트’를 모두 체포할 것이라고 믿어왔던 큐어넌(QAnon) 신봉자들이 20일 바이든 취임식 이후 내분상태에 휩싸였다.

20일 뉴욕타임스(NYT)와 포브스 등 언론은 “큐어넌 음모론자들이 취임식 이후 내부로부터 붕괴하고 있다(implode)”면서 이들의 채팅방 등에 나타난 분위기를 전했다.

우선 이들 가운데는 그동안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자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른바 ‘멘붕(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계엄령 등을 통해 트럼프의 ‘폭풍(storm)’이 불어 워싱턴의 썩은 정치인들을 모두 쓸어버릴 것이라던 예언이 빗나가면서 ‘신앙’이 뿌리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비밀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 유명 큐어넌 음모론 리더는 아예 “원래 바이든은 큐어넌과 같은 편이었다”면서 “트럼프가 아니라 사실 바이든이 진정한 구세주”라는 기적같은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동안 딥스테이트의 일원이자 아동성애자로 비난받았던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은 ‘폭풍’을 불러올 메시아라는 ‘황당한’ 주장은 채팅방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반면 많은 음모론 신봉자들은 “우리가 속았다”며 “그동안 수많은 허위 내용과 가짜 예언을 남발해오던 자칭 유튜브 저널리스트들을 믿었던 우리가 바보다”라고 자성하는 분위기다. 특히 큐어넌이 태동한 극우 소셜미디어 사이트 ‘8chan'(이후 8kun으로 개명)의 창립자이자 큐어넌을 창시한 ‘Q’ 본인이라는 추측을 받아온 론 왓킨스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직후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맞았고 국민으로서 헌법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이제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음모론에서 꺠어날 것을 권고했다.

여전히 일부 신봉자들은 “3월에 트럼프가 다시 돌아와서 바이든을 축출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이제 끝났다(it’s over)”라는 포스트를 연이어 올리며 현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NYT는 전했다.

‘Q’라는 의심을 받아왔던 8kun 창립자 론 왓킨스의 메시지/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