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레인지 인체유해’ 논란…사용금지 검토

GE 등 가전업체, 전기 인덕션제품 생산 확대…”건강에 심각한 위협”

가스레인지 인체 유해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 가전업계가 전기 인덕션 제품을 늘리고 있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E어플라이언스는 올해 선보일 전기레인지 28종 가운데 절반을 인덕션 모델로 채우는 등 인덕션 모델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하이얼이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GE어플라이언스는 현재 판매 중인 전기레인지 중 인덕션 모델의 비중이 36% 수준이다.

벤처업계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인덕션 개발이 한창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임펄스 랩스는 배터리로 작동하는 인덕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2500만 달러(약 312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는 뉴욕처럼 전기 배선이 100년 전에 설치된 지역에서는 인덕션 설치를 위한 리모델링 작업에 어려움이 있어 자사 제품이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인덕션에 힘을 싣는 것은 지난달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일산화탄소 등을 배출하는 가스레인지의 인체 유해성을 고려해 사용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벌어진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일부 연구에서도 가스레인지가 천식 등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이산화질소, 미세먼지 등을 배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가스업계 단체인 미국가스협회(AGA)는 그런 연구가 잘못된 것이며,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하자 CPSC는 이후 연방정부 차원의 가스레인지 금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도 사용금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으나,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 대도시들은 신축 주택에 한해 가스레인지 설치를 금지한 법률을 제정했다.

사실 인덕션은 수십 년 전부터 미국 시장에 나와 있었지만, 다른 제품들에 비해 비싼데다 주변에 새로 전기 콘센트를 설치해야 하고 이에 적합한 냄비 등을 별도로 사야 하는 등의 불편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월풀과 LG전자, 삼성전자 미주법인 등이 소속돼 있는 미 가전제조사협회(AHAM)에 따르면 최근 연간 소매업체나 건축업자 등에 배송된 레인지 가운데 전기레인지가 60%, 가스레인지가 40% 정도를 차지했다.

지난해 인덕션 모델은 2021년보다 40%가 늘었으나, 여전히 전기레인지 시장의 2.7%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다만 오븐이 없는 전기레인지(쿡톱) 시장에서 인덕션의 점유율은 31%로 전년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미 정부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레인지 신규 구입과 관련 배선 공사에 최대 840달러(약 105만원)와 2천500달러(약 312만원)를 각각 지원하는 등 전기레인지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스레인지 논란이 곧바로 인덕션 등 전기레인지 시장의 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가전 판매업체인 앱트 가전의 존 앱트 사장은 WSJ에 “오븐을 리모델링하는 10명 중 9명은 그전에 쓰던 것으로 교체한다”고 전했다.

미국 오클라호마 가정의 가스레인지
오클라호마 가정의 가스레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