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아들 박상천씨 인터뷰] “엄마, 왜 전화 안받아…”

“사건 직후 ‘이모들’ 연락망으로 전화 빗발”…긴박했던 상황 설명

“전화 안받아 비극 직감”….같은 업소 생존 ‘이모’ 딸이 비보 전해

대학 휴학후 베이커리에서 일하며 생계 도와…주변 도움에 ‘감동’

지난 16일 연쇄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고 박현정씨(51)의 장남인 박상천(영어명 랜디 박, 23)씨가 19일 오후 둘루스 자택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사건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박씨는 “사건 당시 집에 있었는데 갑자기 ‘큰일 났다’는 이모들의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고 말했다. 박씨가 한국어로 표현한 ‘이모들’은 어머니 박씨가 일하던 골드스파를 비롯해 피드몬트 로드 인근에 위치한 한인 스파업소에서 근무하는 여성 종업원들을 다른 자녀들이 부르는 명칭이다. ‘이모들’과 그들의 가족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서로 연락망을 공유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박씨는 “처음에는 엄마가 피해자라고 믿고 싶지 않았고 엄마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면서 “‘엄마 전화 좀 받아’라고 되뇌였지만 결국 엄마는 응답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엄마의 비보를 박씨에게 전한 것은 본인은 총격에서 생존했지만 박현정씨가 쓰러진 것을 목격한 골드스파 한  ‘이모’의 딸이었다. 박씨는 “그녀는 내 동생 에릭과 같은 학교를 다닌 친구였는데 울면서 엄마가 총에 맞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박상천씨./Atlanta K Media

 

박씨는 “소식을 듣고 정신이 멀리 떠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현실적이지 않았다”면서 “어머니의 시신을 확인하려고 경찰에게 ‘상천’이가 엄마 ‘현정’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지만 허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싱글맘인 어머니가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달간 집을 비우며 가게에서 일해야 했기 때문에 3살 어린 동생을 보살펴온 박씨는 “엄마의 장례를 준비하고, 법적인 문제를 처리하고, 엄마가 없는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모두 새로운 도전이다”라면서 “엄마의 죽음을 슬퍼하며 동시에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매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둘루스고교를 졸업한 박씨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생계를 돕기 위해 휴학하고 현재는 풀타임으로 둘루스의 한 베이커리에서 일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 도중 박씨가 일하는 베이커리의 업주(여)가 빵을 한아름 들고 박씨의 집을 찾았다. 업주는 박씨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린 뒤 “상천이는 우리 가게에서 벌써 2년 6개월째 일하고 있다”면서 “너무 성실하고 착한 아이이고 우리에겐 아들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아시아계 혐오범죄 비상대책팀의 주축 멤버인 박사라 KAC 애틀랜타 회장이 함께 해 비상대책팀 차원의 재정 및 법률 지원 계획을 소개했다. 박 회장은 “재정적인 지원은 물론 장례절차와 법률 대응 등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박씨는 “엄마는 부산에서 태어나 경주에서 자랐다고 말했고, 항상 한국을 그리워했지만 한 번도 가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너무 어려운 시기이지만 고펀드미 사이트를 비롯해 주변에서 쏟아지는 사랑과 관심에 감격하고 있다”면서 “동생이 더 힘들어 하고 있으니 위로하면서 함께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윤수영 기자

박상천씨/Atlanta K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