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은 우리 교회 교인 자격 없다”

밀턴 크랩애플제일침례교회 총격 용의자 곧바로 ‘제명’

사건후 SNS 폐쇄하고 ‘잠수’…철저히 개인문제로 돌려

담임목사 “과격한 페미니즘은 사탄 소행”, 성역할 강조

“정부는 하나님의 권한 위임…북한일지라도 복종해야”

“교회는 죄인들이 모인 곳이라는데…”

지난 16일 발생한 아시안 스파 3곳의 연쇄 총격살인 용의자인 로버트 애런 롱(21)이 출석하던 노스풀턴 밀턴 크랩애플제일침례교회가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교회 징계절차에 따라 롱의 교인자격을 박탈한다”면서 “롱의 행동은 예수그리스도의 진정한 제자와 교회 멤버의 성경적인 특성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롱의 제명 및 출교 결정을 내렸다.

교회는 “우리는 롱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으로 진정 거듭났다는 사실을 더 이상 인증할 수 없다”고 밝혔다. 8세때 침례를 받았던 롱은 지난 2018년 이 교회에서 다시 침례(baptism)를 받았었다.

교회는 “성중독이나 상대 여성이 대량살상을 저지르도록 한 원인은 결코 아니다”면서 “그의 행동은 사악하며 우리의 가르침과 정반대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회는 또한 “롱의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으로 공포와 고통을 겪은 아시안계에 대해 유감(regret)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회는 이어 “각 사람은 자신에 대해 각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롱은 자신의 잔인무도한 행동에 전적으로 혼자 책임을 져야 하며, 희생자들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 매체 바이스(Vice)는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체포후 수사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성과 유혹에 관한 기독교의 도덕적 금지를 반영하는 용어를 사용해 자신의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교회의 “전적으로 혼자 책임을 져야 한다”는 표현에 대해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교회에도 전혀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 교회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교회 홈페이지와 모든 소셜미디어 계정을 폐쇄해 외부의 접근을 차단하다 3일만인 19일 다시 사이트와 계정을 오픈했다. 바이스는 “교회와 장로들에게 폐쇄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용의자가 입소했던 재활센터 룸메이트 타일러 베일리스는 바이스에 “롱이 종교적 환경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면서 “그는 교회에서 들었던 페미니즘과 포르노에 대한 비난을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또한 AP통신에 따르면 베일리스는 “롱이 성적인 문제에 다시 넘어질 때 마다 자기 혐오와 죄책감에 시달렸다”면서 “그럴 때마다 하나님의 은혜에서 벗어나는 기분이라고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볼링그린주립대 조슈아 그럽스 임상심리학 교수는 “미국에서 보수적인 기독교 배경을 가진 남성들은 조금이라도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넘어서는 성적 행위에 대해 ‘성중독’이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동기가 된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성중독을 이유로 기분이 나빠져서 8명을 죽이려고 했다는 논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 바이스는 이 교회 제리 도커리 담임목사가 성적 순결과 성별 역할분담, 페미니즘, 정부에 대한 복종 문제에서 매우 엄격한 자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도커리 목사는 지난해 9월 20일 설교를 통해 “급진적 페미니즘은 쓰나미처럼 우리의 문화를 집어삼키고 있으며 이는 사탄의 노골적인 전략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2월 9일 설교에서는 “모든 정부가 하나님에 의해 세워졌으며 우리를 통치할 권한을 위임받았다”면서 “북한에서 크리스천으로 살고 있더라도 북한 정부에 복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롱이 지난 2018년 침례를 받은 뒤 간증하는 모습. 지금은 교회 계정에서 삭제된 상태다./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