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SK 살리기’ 캠페인 보도의 진실은?

한인상의, SK배터리 관련 서명운동 15일 불참 결정

한 한인신문 “상의 주도로 서명운동 실시”보도 ‘의아’

최소한의 합리적 판단도 못하는 한인단체에 실망감

지난 13일 오전 한인사회 원로이자 미국 대통령 선거위원과 조지아주 항만청 이사를 역임한 박선근 한미우호협회장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박 회장은 “SK배터리 공장이 무산되면 조지아 전체 경제는 물론 한인사회에도 악영향이 있을텐데 어찌됐든 한인사회에서도 조지아 공장 구제를 위한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인 단체 가운데 이러한 일에 동참할 만한 곳이 있겠느냐”고 물어왔다.

박 회장은 “이미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화로 선처를 요청했고 현재 조지아주 연방의원들과 앤드류 영 전 유엔대사 등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한인사회도 한국기업인 SK의 조지아 투자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취지에서 서명운동을 벌이자는 설명이었다.

이에 “이런 문제는 경제단체가 관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한인 대표 경제단체로는 애틀랜타조지아한인상공회의소(이하 상의)가 있다”고 답변한 뒤 박회장에게 상의 이홍기 회장의 연락처를 전하고, 상의 측에 이같은 내용으로 연락이 갈 것이라고 알려줬다. 박선근 회장은 본인이 직접 작성한 영문 서명문을 이홍기 회장에게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얼마 후 상의로부터 이 문제를 놓고 15일 오후 1시에 사무실에서 임원 회의가 열린다며 참석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이홍기 회장은 “나는 100% 참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집행부의 의견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회의를 열겠다”고 설명했다. SK배터리 문제에 대한 한인사회의 첫 반응이 나오는 자리여서 취재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상의 임원들은 이 회장의 뜻과는 달리 SK살리기 서명운동에 대부분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지적재산권 문제와 관련된 비도덕적인 사건이어서 SK를 옹호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상의 임원들은 “SK에 대한 일방적인 봐주기 보다는 사건 당사자인 SK와 LG의 화해를 촉구하는 방법도 있다”는 목소리도 냈다.

결국 회의 후 이홍기 회장은 박선근 회장에게 이러한 집행부의 뜻을 알리고 서명 캠페인에는 참여하지 못하겠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기자에게 “한인상의가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니 애틀랜타한인회나 동남부무역협회 등과 협의해 서명운동을 추진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것도 아니고, SK가 잘못한 부분이 많다는 것도 잘 알지만 조지아주와 한인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생각하면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16일자 한 한인신문 1면에 “한인상의가 주도해 SK배터리 살리기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 보도됐다. 해당 캠페인을 시작부터 알고 있는 기자에게는 작성경위가 의심되는 기사였다. 이홍기 회장에게 해명을 요구했더니 기막힌 대답이 돌아왔다. “박 회장의 의사를 듣고 해당 언론사 기자에게 조언을 받기 위해 주말에 딱 1번 전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경제단체장이 한인 원로인사와 언론사가 긴밀히 요청한 문제에 대해 자체 회의도 하기 전에 다른 언론사 기자에게 조언을 받으려고 결정도 안된 일을 발설했다는 설명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한 이 서명운동을 자신들이 주도하는 캠페인으로 포장한 것도 상식 밖의 행동이었다.

“15일 통화를 통해 한인상의 주도로 SK배터리 살리기 캠페인이 실시된다고 말했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이 회장은 “15일에는 통화한 적이 없으며 임원진 회의에서 캠페인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이를 확인하지도 않고 마음대로 틀린 기사를 써서 나도 난감하다”고 답했다.

기사 욕심도 좋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공명심도 좋지만 최소한의 합리적인 판단도 하지 못한채 한인사회를 위한 원로인사의 충정을 이런 식으로 호도하는 모습을 보며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홍기 회장은 “잘못된 기사이니 곧바로 정정보도를 요청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가 실제 그럴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한인상의와 이홍기 회장의 잘못된 행태가 이번 일로 처음 드러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둘루스 플레즌힐 로드에 코리아타운을 조성한다며 기본적인 계획도 세우지 않고 한인 미디어를 순회하며 언론 플레이를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계 등 다른 아시안 커뮤니티의 견제가 예상되고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한 사업인데도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홍보에만 신경쓰다가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상연 대표기자

취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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