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는 주로 가전제품과 IT 제품, 항공권, 자동차 판매가격 하락에 힘입은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분석했다.
식료품 가격은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보여 소비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2% 올라 지난 7월(3.2%) 이후 가장 낮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4.0%로, 2021년 9월(4.0%) 이후 최저치였다.
플로리다주 가전제품 유통업체의 제이슨 호스트 마케팅 디렉터는 중급모델 세탁기 가격이 1년 전 대비 50~100달러 내려갔다면서 제조업체들이 팬데믹 기간 수요급증에 따라 과잉생산을 했으나 이후 재고가 쌓여 올가을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가전제품 등 내구재 품목 가격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시장조사기관 서카나도 텔레비전과 같은 일부 가전제품 가격이 팬데믹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밝혔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기술 소비재 가격도 작년부터 하락했다.
서카나의 기술 소비재 부문 폴 가뇽 고문은 아시아에서 수입되는 상품이 안정적으로 들어온 데다 많은 사람이 팬데믹 초기에 이미 최신 제품을 구입한 바 있기 때문에 수요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가격이 안정되거나 소폭 상승할 것으로 업체들은 전망했다.
지난해 수요 증가로 크게 올랐던 항공권 가격은 올해 항공편이 늘어나면서 진정됐다.
항공사들이 미국 국내 노선에 더 큰 항공기를 투입했으나 소비자들은 해외여행을 우선시하면서 항공사들이 할인판매를 많이 했다.
항공료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7개월 중 5개월 동안 하락했으며, 10월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 낮아졌다.
항공권 예약 앱 호퍼에 따르면 12월 초 기준, 크리스마스 연휴 평균 항공 요금(왕복)은 약 350달러(약 46만원)로 작년 대비 3% 상승했지만 2019년보다는 2% 하락했다.
스피릿 에어라인스는 올해 추수감사절 세일에서 뉴어크-마이애미, 애틀랜타-오헤어 등의 노선 일부 요일 편도 항공권을 20달러(약 2만6300원)에 특가 판매하기도 했다.
지난해 재고 부족으로 수천달러씩 올랐던 자동차 판매가격도 점차 회복 중이다.
리서치 회사 J.D. 파워에 따르면 11월 신차 평균 구매가는 약 4만5300달러(5962만원)로, 지난해 12월의 4만7000달러(6186만원)에서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는 1만 달러 이상 높은 수준이다.
포드 자동차의 최고 재무 책임자 존 로러는 신차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이제 균형을 찾았다면서 “앞으로 1년 정도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식료품 가격은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 노동부는 10월 식료품 가격이 전년 대비 2.1% 상승했다고 밝혔다.
월마트 최고경영자 더그 맥밀런은 일부 비식품 및 신선식품 가격이 올해 초에 비해 하락했지만, 장기보관 가능 상품과 기타 소모품 가격은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식료품유통업체 크로거도 분기별 컨퍼런스 콜에서 일부 신선 식료품 가격은 예년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포장 상품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