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1990년대’ 미국 연착륙 기대

“당시 S&P 5년간 랠리”…”아직 침체 안 왔을 뿐” 신중론도

내년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1990년대와 같은 연착륙이 다시 한번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994년 1월 3.0%였던 기준금리 상단을 연이어 인상해 1995년 2월 6.0%로 끌어올렸으며, 이후 1995년 하반기 0.5%포인트 인하를 포함해 단계적으로 금리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일부 내려갔지만 플러스를 유지했으며, 실질 GDP는 1995년 4분기에 2.2%(계절조정 연율·전년 동기 대비)로 바닥을 찍고 1996년 2분기 4%로 반등했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을 보면, 연준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0.25%였던 기준금리 상단을 공격적으로 인상해 지난 7월 22년 만에 최고인 5.5%까지 끌어올렸고 이후 동결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6월 고점인 9.1%에서 지난달 3.1%로 떨어졌지만, 3분기 GDP 성장률은 4.9%로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고 지난달 실업률은 3.7%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그동안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동결’ 입장을 유지하던 연준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내년 0.7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해 금융시장 랠리를 불러온 상태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 제이슨 드라호는 “내년 말 침체 가능성이 여전히 있지만, 이는 연준이 조속히 금리를 내리지 않는 정책 오류 때문일 것”이라면서 침체를 피할 경우 지역은행이나 시가총액 소형기업 등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질 것으로 봤다.

금융조사업체 TS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1990년대와 같을 가능성이 높지만, 과장됐을 수도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낮게 할 부정적 요인이 많고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이 문제”라고 말했다.

1990년대에는 세계화 덕분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진정된 반면 현재는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으로 물가가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최근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도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잠재적 호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10년간 주가가 평균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알려주는 실러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의 경우, 1993년 12월은 21.2이었지만 지난 9월에는 30.8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발전을 근거로 1990년대와 같은 기술·생산성 향상을 기대하는 견해도 있지만, 아직 그 효과를 전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미 의회조사국(CRS) 리다 와인스톡 애널리스트 등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연착륙 가능성을 평가하면서도,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이후에는 침체가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고서는 연준의 긴축 조치로 이미 침체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침체가 시작되지 않았을 뿐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증시 [신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