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대표 병원, 환자에 고금리 신용카드 유도 논란

에모리 대학병원, 결제화면에 연이자 26.99% 신용카드만 노출

애틀랜타의 대표적인 비영리 병원인 에모리 대학병원이 환자들에게 고금리 의료 신용카드 개설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WSB-TV에 따르면 에모리 병원을 이용했던 환자 엘리자베스 번즈(Elizabeth Burns)는 최근 병원 포털 ‘마이차트(MyChart)’에서 수술비를 확인하던 중, 결제 수단으로 ‘케어크레딧(CareCredit)’이라는 버튼이 크게 노출된 것을 보고 당황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게 뭔지 몰라 클릭해봤더니, 병원비를 내기 위해 의료 신용카드 계좌를 새로 개설하라는 화면이 나왔고 다른 결제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케어크레딧은 병원비 결제를 목적으로 한 신용카드로, 일정 기간 무이자 혜택이 끝나면 연 26.99%에 달하는 고금리 이자가 적용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결제 방식이 에모리 대학병원처럼 면세 혜택을 받는 비영리 병원이 제공해야 하는 무이자 분할납부, 또는 저소득층 대상의 ‘자선 진료(charity care)’ 혜택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사의 소비자 컨설턴트인 클락 하워드(Clark Howard)는 “매우 불공정하고 무책임한 행태”라며 “비영리 병원이 이렇게 소비자를 상대로 부적절한 금융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에모리는 환자에게 무이자 직접 분할납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정 소득 이하 환자에겐 병원비를 전액 감면해주는 자선진료 혜택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정작 병원 포털에는 이러한 옵션에 대한 안내는 거의 없고, 대신 케어크레딧으로 이어지는 결제 버튼만 크게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4년에도 에모리 자선진료 제도를 통해 암 치료비 전액을 지원받은 사례가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의료 신용카드 가입자는 자선진료 대상에서 제외되는 구조로 돼 있어 정보 접근성이 낮은 환자들이 금전적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번즈는 직접 병원에 이 문제를 제기했고, 에모리 측은 “케어크레딧 링크는 다른 결제 수단이 제시된 이후에만 나타나도록 할 예정”이라고 회신했지만, 현재까지도 해당 링크는 계속 MyChart 첫 화면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번즈는 병원과 직접 협의해 무이자 분할납부 방식으로 요금을 조정받았지만,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았기에 피해를 피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그렇지 않다. 나처럼 안 눌러야 한다는 걸 모를 수 있다”며 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기자 사진

이승은 기자
에모리대학병원/Emory School of Medicine